책, 이야기

채식주의자 - 한강

세실류 2018. 12. 29. 21:58

2016년 7월 8일




언젠가 신문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대한 서평을 읽고 굉장히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생각만 하던 사이 그녀는 맨부커상을 수상했고..!ㅋㅋㅋㅋ) 예전에 이상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에 실려 있던 몽고반점을 먼저 읽었는데, 이 책을 사고 보니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이렇게 세 작품이 연작소설이었다. 문체는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굉장히 흥미롭게 읽히지만, 내용이 워낙 무거워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이 가볍지만은 않다.

아래부터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책의 줄거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책을 읽으실 분들은 읽지 말아주세요ㅋㅋㅋ


1. 채식주의자: 어느 날 밤의 꿈을 통해 영혜는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던 잔혹성을 발견하였고, 그녀는 그것이 두려워 자신의 잔혹성을 강박적으로 억누르려 하며 이러한 동기가 극단적인 채식이라는 행위로 표출된다. 가족들은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하며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하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 육체적인 폭력도 행한다. 결국 그녀가 강박적으로 억누르려 했던 폭력성, 잔혹성은 폭발하고 만다.


2. 몽고반점: 처제 영혜의 몸에 작은 몽고반점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아내를 통해 들은 남자. 그는 몸에 그려진 식물의 이미지를 가지고 비디오 작업을 하는 영상 예술가다. 그는 상상 속 몽고반점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처제에게 자신의 작품 모델이 되어줄 것을 부탁하고, 그녀는 허락하며 결국 그 둘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이 작품의 주제는 아름다운 이미지와 작품에 대한 예술가의 갈망 그리고 고뇌...? 사실 세 작품중에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인 만큼 이해하기도 힘들었던.; 영혜는 이 영상 작업을 통해서,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을 넘어서, 아무것도 해할 수 없는 존재, 식물이 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3. 나무 불꽃: 이제 영혜는 채식만 하던 단계를 넘어서 자기가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햇빛이 강한 날이면 마치 나무가 광합성을 하듯이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움직이지 않으며, 음식도 전혀 먹지 않는다. 자신을 걱정하는 언니에게 먹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은 나무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해하지 않는 존재. 인간이 폭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유일한 상태는 죽음이 아니었을까? 언니는 점점 말라 죽어가는 동생을 지켜보며, 참혹한 현실 앞에서 차라리 미치지 못하고 이성의 끈을 필사적으로 잡고서 견뎌내려 애쓰는 자신의 모습에 연민을 느낀다.


소설의 끝에서 한강은 "따로 있을 때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해지면 그중 어느것도 아닌 다른 이야기"라고 했는데... 각각의 작품에선 서로 다른 화자를 통해, 영혜-폭력성, 형부-욕망, 언니-이성이라는 인간의 본성들을 이야기한 것이고... 결국 인간은 잔혹하고 동물적인 존재이며,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의 삶이란 이성을 통해 이런 본성과 끊임없이 투쟁해야 하는 괴로운 과정이고, 죽기 전에는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오우, 오랜만에 무거운 소설을 읽었더니 기분이 챡 가라앉는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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