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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연초에 새로운 달력을 받아들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아마 월별로 빨간 날을 체크하는 일이 아닐까? 어떻게 좀 길게 쉴 수 있는 날이 있는지 머리도 굴리고. 올해 2017년에 길게 쉴수 있을만한 날은 5월 초 퐁당퐁당 연휴, 그리고 10월의 추석연휴 기간이었다. 사실 10월에는 명절이니 우리 둘이서만 놀러가긴 좀 그렇고, 5월 초 연휴 때조차 쭉 쉴수 있다는 보장을 하기 어려워서 미리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었다. 게다가 두 연휴 다 월 초인데, 남편은 업무 특성상 월 초에 자리를 비우기 힘들기에 더더욱. 그런데... 남편이 3월즈음엔가? 갑자기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서 월 초에 휴가 쓰는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게 되었고, 업무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에 잠깐 짬이 날 것 같은 기미(?)가 보여서... 약 한달전쯤 급히 예약하고 떠난 코타키나발루 여행.

 

다양한 저가항공사들이 취항하고 있어서 저렴한 항공권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물가도 워낙 저렴해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지인 것 같다. 숙박비 또한 굉장히 저렴한 편.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만큼 한국 사람들도 많고, 게다가 황금 연휴라 그랬는지 ㅋㅋㅋㅋ 리조트에선 여기가 말레이시아인지 한국인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우리의 4박 6일 코타키나발루 여행 일정>

첫째날: 밤 코타키나발루 공항 도착(12시쯤?), 공항 근처 호텔(오아시아  1박)

둘째날: 오전 체크아웃 & 링깃 환전, 제셀턴 포인트 → 가야섬 이동(오후 12시경), 가야나 에코 리조트 체크인, 리조트에서 휴식

셋째날: 리조트에서 휴식

넷째날: 체크아웃, 가야섬 → 제셀턴 포인트 이동, 힐튼 코타키나발루 체크인, 힐튼 코타키나발루에서 놀기

다섯째날: 힐튼 코타키나발루 체크아웃, 시내 구경 & 탄중아루 선셋 바, 저녁 비행기로 한국 출발

여섯째날: 아침 한국 도착

 

 

일정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이 리조트 안에서 휴식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코타키나발루 시내는 작고 별로 구경할 게 없다. 그래서 대부분 호핑투어를 통해 주변 섬으로 이동해서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등의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 같다. 우리도 처음에는 코타키나발루 시내 쪽에 호텔을 잡고 그렇게 할 계획이었는데... 내가 코타키나발루 숙소를 검색하다가 여기 확 꽂혀버려서...

 

그곳은 바로,

가야나 에코 리조트! (Gayana Eco Resort)

 

코타키나발루 주변에 크고 작은 섬들이 많은데, 그 섬들 중에서 가장 큰 게 바로 가야 섬(Gaya Island)이라고 한다. 이 가야 섬엔 총 3개의 리조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가야나 에코 리조트.

내가 이 리조트에 강하게 끌렸던 이유는 바로

 

1) 객실들이 물 위에 떠 있는 수상 방갈로 형태.

 

 

개인적으로 수상 방갈로에 예전부터 엄청난 로망이 있었다.

어렸을 때 '홍해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이집트 홍해 근처에 사는 주인공의 집이 수상 방갈로였다. 소년인지 소녀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그 주인공의 일상은, 집에서 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하고 놀다가, 나와서 몸에 소금 결정만 남을 때까지 햇볕 아래에 누워있는 것. 나도 그런거 해보고 싶었어...

게다가 대학생 때 동아리 활동 하면서 스노클링의 재미를 알아버린 탓도 있어서, 방에 있다가 언제든지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2) 객실 수가 많지 않은데다가, 리조트가 홀로 뚝 떨어져 있어서 조용할 것 같음.

 

 

개인적으로 즐길거리가 좀 적더라도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한 게 좋다.

 

 

3) 원숭이들이 출몰할만큼(?) 자연친화적인 환경.

 

이 세가지였다.

저 세가지는 사람에 따라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1) 수상 방갈로가 맞긴 한데, 전 객실에서 바로 바다로의 access가 가능하진 않음. 그리고 바다 수영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내 남편같은...)에게는 크게 매력적인 요소는 아니다.

2) 다르게 말하면 리조트가 고립되어 있다는 것. 나는 조용해서 좋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음

3) 객실 앞에 옷이나 핸드폰 등을 놓아 두거나, 창문을 열어놓고 나오면.... 원숭이들이 난장판을 만들어놓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함

 

 

뭐 어쨌든, 가야나 에코 리조트 수상 방갈로... 보자마자 확 꽂혀버렸다. 이번 휴가땐 저기서 수영도, 스노클링도 원없이 하고, 심심하면 카약도 한번 타고, 선베드에서 책도 읽으면서 원없이 쉬다 돌아와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코타키나발루의 다른 섬들이나 액티비티 등을 모두 마다하고, 가야 섬의 가야나 에코 리조트에 완전 올인하기로 했다.

 

 

 

# 룸타입: 레인포레스트 빌라 (Rainforest Villa)

 

룸 타입은 라군 빌라(Lagoon Villa), 레인포레스트 빌라(Rainforest Villa), 오션 빌라(Ocean Villa), 팜 빌라(Palm Villa) 총 네가지이고, 후자로 갈 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우리가 묵었던 곳은 레인포레스트 빌라.

 

(숙소 맵: https://www.otzyv.ru/read.php?id=168672 에서 퍼옴)

 

가야나 에코 리조트의 맵 첨부. 각 빌라들의 이름이 지금은 좀 바뀐 것 같은데, 위 사진에서

Bayu Villa = Ocean Villa

Rimba Villa = Rainforest Villa
Pantai/Bakau Villa  = Lagoon Villa

Palm Villa는 그대로... 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도상 왼쪽 위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 리셉션/레스토랑들이고, 하늘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이 인피니티 풀. 바다에서 하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카약/스노클링이 가능한 영역이다. 보다시피 숙소에서 바로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객실은 오션빌라와 팜 빌라이고, 팜 빌라는 객실이 모두 먼 바다를 향해 있어 방해받지 않는 오션 뷰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비쌈..)

레인포레스트 빌라는 열대우림을 등지고 위치해 있고, 앞에는 오션 빌라가 있기 때문에 바다에는 바로 뛰어들 수 없는 구조. 라군 빌라 또한 양 옆이 길로 막혀 있기에 바다로 들어가려면 인피니티 풀 앞 백사장까지 나오거나, 레크레이션 센터 (리셉션 옆에 위치) 에서 입수해야 한다.

 

물론 난 당연히 오션 빌라에 묵고 싶었지만... 내가 예약할 시기 이미 오션 빌라는 풀 북이었다.ㅠㅠ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레인포레스트 빌라와 팜 빌라뿐이었는데... 이게 팜 빌라를 하려니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지는거다. 심지어 우리 신혼여행때 묵은 풀빌라보다 더.... 그래서 그냥 깔끔히 포기하고 레인포레스트 빌라로 예약했는데, 나름 괜찮았다. 물론 바다로 바로 입수하진 못하지만 ㅠㅠ 그래도 조금만 걸어 나와서 바다로 들어가면 되니까.

 

리조트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여러번 했는데, 가장 물고기가 많은 쪽은 레크레이션 센터 근처인 것 같다. 아마 근처에서 먹이를 줘서 그런지, 물고기들이 많이 모여있다. 오션빌라 앞쪽도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 그런데 팜 빌라 앞바다는 수심이 꽤나 깊었다. 나는 바다 수영에 익숙한데다가 스노클링을 여러 번 해봐서 괜찮았지만, 그렇지 않으신분들은 좀 무서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 물은 깨끗했지만 생각보다 물고기는 많이 눈에 띄지 않기도 했고...

 

이렇게 인피니티 풀이 있는 리조트를 몇 번 다녀보니, 인피니티 풀이 있는 리조트에서는 굳이 객실 뷰를 욕심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워낙 인피니티 풀의 전망이 좋고, 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객실 뷰가 별로 좋지 않더라도 별로 아쉽지 않은 느낌? 물론 뷰가 좋은 객실이 망설여지지 않을 만큼 예산이 충분하다면 상관 없지만, 가격 차가 많이 나 꺼려진다면, 객실의 뷰는 포기해도 괜찮은 듯. (물론 나의 경우에..)

 

 

 

# 인피니티 풀: 화려하진 않지만, 포근한...

 

 

 

 

 

 

 

 

캬.. 사진으로 다시 봐도 넘나 좋은 것..ㅠㅠ

 

리조트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많지 않은 수의 작은 방갈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도 그렇고, 인피니티풀 또한 그렇게 크지 않은데다가, 뭐랄까 쓸데없이 멋부린 데 없이 굉장히 심플하다. 정직한 직사각형 모양의 풀부터, 거추장스러운 장식 없이 제 기능에 충실한 선베드와 파라솔... 어찌 보면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요소지만, 뭔가 '소박함'을 표방하는 이 리조트의 전반적인 느낌과 통하는 것 같아서 난 좋았음. (근데 가격은 사실 별로 소박하지 않은 게 함정.ㅋㅋㅋㅋㅋㅋ)

 

인피니티 풀은 크진 않아도, 전체 객실 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수영을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한쪽엔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수심이 얕은 구간을 따로 만들어 두었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이 오기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실제로 아이들 데리고 가족끼리 여행 오신 한국분들을 정말 많이 봤다는...)

 

 

 


 

 

아 놔, 휴가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왜 가야 섬에서 쉬게 되었는지만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나도 모르게 리조트 후기를 장황하게 쓰고 있는거죠.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서 보낸 만큼 리조트 이야기도 자세히 쓰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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