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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New York.

 

새벽 1시쯤 잠이 들어, 이것저것 준비하고 나가려 4시에 일어났다. 내가 예약한 Supershuttle이 5시쯤 호텔 앞으로 픽업을 오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늦지 않으려고 일찍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아침 5시의 뉴욕은 아직 어두웠다. 전날 호텔 창문으로 보았을 땐 내가 잠이 들던 1시까지 환히 불이 켜져 있던 건물들이었는데, 월요일 새벽 5시, 다시 바쁜 한 주를 맞기 전 짧게나마 휴식을 취하는 듯,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몇 시간 후면 저 건물들 안에서, 수많은 미생들이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겠지. 누군가는 바쁘고 정신없이, 누군가는 잠시 느슨해진 업무를 틈 타 권태로움을 느끼며... 그렇게 삶을 소비해 가고 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Supershuttle이 도착해서 몸을 실었다. 어제 그렇게 늦게까지 북적대던 도시인데, 새벽엔 아직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다. 짧은 시간이나마 시간을 보낸 뉴욕을 떠나기가 아쉬워 자꾸 창 밖을 내다보았다. 뉴욕의 새벽은, 여느 도시의 새벽이 그렇듯이, 쓸쓸했다.


잠을 조금밖에 못 잔 탓인지 어느샌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공항 근처까지 와 있었다. 4번 터미널에 맨 마지막으로 내려 기사 아저씨가 준 짐을 받아 들고서 Avianca 항공 데스크로 향했다. 아시아나 타고 뉴욕 왔을 때랑은 다르게, 동양인이 거의 없다. 난 인종을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히스패닉 계로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흑인도 많았다.


짐을 부치고, 체크인도 완료한 후 다시 security를 통과한다. 전날 Walgreen에서 샀던 과일을 먹고 나왔지만, 출출했다. 게이트 근처의 피자집에서 파니니 비슷한 breakfast menu를 먹었다. 음, 첫 한 입은 정말 맛있었는데, 먹다보니 짜다. 조금 남겼고, 커피 한 잔을 하러 주위를 둘러보다 cupcake을 파는 카페가 보인다. 카페 라떼를 주문하면서 비주얼에 혹해 함께 주문한 레드 벨벳 머핀도 배가 불러 남겨 버렸다.

 

 

 

 

 

 

 

뉴욕에서 깔리로, Avianca 항공

 

내가 탄 Avianca 노선은 메데진에 들렀다 깔리로 가는 노선이었는데,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난 비행기에 완행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뉴욕을 출발해서 메데진 공항에 한번 착륙한 후, 메데진에서 새로 승객을 태우고, 다시 깔리로 가는 시스템이었다.


내 양 옆엔 영어를 못 하시는 아주머니 두 분이 타셨다. 우리는 서로 말은 안 통했지만, 틈틈이 서로 미소를 보내면서, 서로 소소히 챙겨주면서 비행을 함께했다. 스페인 여행 때 만났던 사람들, 그때 그 느낌이 생각났다. 참 낙천적이고, 잘 웃던 사람들, 내가 더듬더듬 말하는 스패니쉬를 미소를 띤 얼굴로 들어주던 사람들.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나 쥬라기 공원을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기내식을 줬는데, 음... 내가 지금까지 아시아나/대한항공을 비롯해서 UAE 항공, 카타르 항공, 영국항공, Cathay Pacific, 중국 내 저가항공 등 다양한 항공사를 이용해 보면서 기내식 맛 없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Avianca는 정말... 너무 짜고, 맛이 없었다.
나중에 또 샌드위치를 줬는데 그것도 하나도 안 먹었음. 나중에 차장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남미 내에서 Avianca로 이동할 때는 항상 똑 같은 저 샌드위치를 준다고 함. 너무 지겨우시다고...


잠이 안 와서 테트리스에 심취해 있었는데, 비행기가 메데진 근처에 와서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랜딩할 때 즈음...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계속 테트리스에 열중했고 결국 멀미를 하게 됐다. 너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아서 비행기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메데진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내리고, 기내를 잠시 정비한 후, 메데진에서 깔리로 이동하는 승객들이 타게 되는데, 뉴욕에서 깔리까지 가는 승객들은 비행기 안에서 약 1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나는 멀미 기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서, 좀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서 승무원에게 물어보았지만 그 남자 승무원은 비행기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며 단호박처럼 이야기했다. 자리에 앉아있다가 너무 답답해서, 비행기 선체와 탑승구 사이에 들어오는 공기라도 마시겠다며 앞쪽으로 나갔다. 마침 앞쪽은 창문이 열려있었고, 여자 승무원에게 멀미가 너무 심해서 여기 잠시만 서 있어도 되냐고 하자 그러라고 하며, 물까지 한 잔 주었다. 흑흑, 언니(?) 감사해요. “비행기가 이렇게 많이 흔들리면, 힘들지 않나요?” 하고 물어보니, “그렇죠. 이 지역은 원래 바람이 심해서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는 편이예요. 깔리는 좀 괜찮을 거예요.” 하고 말해 주었다.
비행기 조종사로 보이는 사람도 와서 내게 괜찮냐고 물어봐 주었다. 하하... 감사해요. 다음부터는 착륙할 때는 게임 같은 거 하지 말아야겠다.

 

비행기가 다시 출발할 때, 나는 비행기가 움직이는 순간부터 눈을 꼭 감은 채 다시 깔리에 도착해서 완전히 설 때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중간에 잠을 좀 잤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뭐, 30분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라...

 

 

 

 

¡Bienvenido a Cali!

드디어 깔리에 도착했고, 입국 심사를 했다. 콜롬비아가 처음이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하자 내가 깔리에 온 이유를 물었다. 출장이라고 대답하니,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여기 우리 고객들이 몇 군데 있어서 방문하러 왔어요.” “고객사 이름이 뭐죠?” 회사 이름을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도장을 찍어준다. “Welcome to Colombia!”

 

나름 콜롬비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의 공항인데, 공항이 정말 작고 시설은 여수 공항보다 안 좋다. 출장 오기 전부터 “콜롬비아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지겹게(?) 들어서, 처음엔 약간 긴장했지만, 뭐,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또 나름의 긍정 기운이 발동하여 금방 적응했다.

깔리에서는 다른 팀 차장님과 대리님, 그리고 현지 직원과 일정을 함께 소화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 분들은 모두 그 날 코스타리카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저녁 늦게 깔리에 도착하실 예정이었다. 오후 3시쯤에 깔리에 도착한 나는 혼자 호텔까지 가야 했는데, 콜롬비아 택시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들을 들은 바 있어 좀 걱정이 됐었다. 다행 현지 사원이 내 일정에 맞춰서, 자기가 알고 있는 현지 택시 기사에게 부탁을 해 놓은 터라 그 택시를 타고 갈 수 있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영어를 거의 못 했지만, 공항에서 내 이름이 써진 종이를 들고 있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뭐, 그 아저씨도 동양인이 워낙 없었기에 나를 바로 알아 봤을거다.

공항에서부터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마구 받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치나, 치나” (China, 중국인이라는 뜻) 소리가 들렸다. 저기, 전 치나가 아닌데요. 꼬레아나 라고요. 마음속으로만 외치며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는 참 마음씨가 좋아보였다. 또 나는 수다 본능이 발동하여, 예전에 배웠던 스페인어를 겨우 겨우 기억해내어 대화를 시도했다. 얘기하면서 생각난 단어들도 많아서, 나름 즐겁게 대화를 하면서 갔다. 콜롬비아 커피 중 유명한 게 Oma랑 Juan Valez라고 말씀해 주셔서, 꼭 돌아가기 전에 사 가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아, 택시는 기아차였다. Cerrato 였던가? 이름이 기억이 안나... 택시 아저씨가 한국 차가 좋다고 하셨다. 실제로 깔리에는 현대, 기아차가 많이 보였다.

 

 

 

Intercontinental Hotel Cali

 

 

 

드디어 호텔 도착! 아침에 일어나서 한 거라곤 종일 비행기 탄 것뿐 인데도 피곤했다. 체크인 하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렇게 잠들 순 없지! 호텔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호텔 안에 수영장이랑 사우나가 있다는 걸 알아서 혹시 몰라(?) 수영복을 챙겨왔다. 투숙객은 수영이 무료. 수영장에 딸려 있는 자쿠지, 사우나 등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은 나름 깔끔하게 되어 있고, 아이들이 없어 조용했다. 내가 내려간 시간에는 이미 해가 기울어 가고 있을때라, 아주 덥지는 않았다. 수영장 옆 마사지실에는 사무실이 있는데, 거기에 이야기 하면 탈의실을 안내해 주고 큰 타올 1장을 준다.


긴 비행으로 인해 늘어질 대로 늘어진 몸에 활력을 주기 위해 수영을 시도해 본다. 그런데, 생각보다 물도 차갑고, 무엇보다 피곤하다... 이대로 무리하면, 몸살 날 수도 있겠어... 그래서 수영하는 흉내만 조금 내다가 올라와서 선베드에 누웠다.

 

 

 


내가 좋아하는 야자수. 난 이상하게(?) 야자수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냥 언제 어디서든 야자수만 보면 마치 휴양지에 여행 와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야자수가 많은 지역인 열대 지방, 동남아 휴양지 같은 데는 한 번도 안 가봤다는 게 아이러니. 아무튼 여수에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울과 비교해서 좋았던 점 중 하나가 야자수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_-;; 내가 야자수만 보면 사진 찍어달라고 난리여서, 남자친구도 나의 야자수 사랑(?)에 혀를 내둘렀다는...


아무튼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가진 깔리의 야자수는, 키가 크다. 선베드에서 잠시 잠을 청할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잘못 하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

 

 

 

 

안쪽의 자쿠지와 사우나도 들어가 봤는데, 자쿠지는 생각보다 물이 차갑다(?). 차가운 정도는 아니고 약간 미지근- 한데, 자고로 물에 몸 담글 땐 물이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잠시 몸만 담갔다가 나왔다.


더운 사우나에서 몸을 이완시키려 사우나에 들어갔는데, 안에 어떤 이탈리안 아저씨가 있었다. 이 근처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하시는데 오늘 쉬는 날이라 호텔에 쉬러 오셨단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엄청나게 친한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하며 완전 반가워 한다. 합기도를 배웠다고 자랑도 하셨음... 이런 저런 수다를 나누다가, 자기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명함까지 주셨다. 다음에 꼭 가 볼 기회가 있기를!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이 노곤한 것이, 한숨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먹어야 하는데- 생각만 하면서 계속 잤고, 정신을 차려보니 저녁 8시 정도? 내려가서 저녁 먹어야겠다, 뭐 먹지? 하던 와중에 같이 합류하기로 한 대리님께 연락이 왔다. 호텔에 9시쯤 도착하는데, 그 때 함께 저녁 먹든지 하자고. 혼자 먹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서 기다렸다가 합류했다.

 

이번 출장을 함께 한 차장님과 대리님, 현지 사원 모두 예전부터 업무상으로는 교류가 있었지만, 이렇게 출장을 함께하긴 처음이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모두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들이었다.

 

다음날 가장 중요한 일정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기도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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