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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벌써 1년도 넘어 2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웬 신혼여행 준비 글? 쌩뚱맞긴 하지만, 더 늦어서 희미해지기 전에 빨리 기록해 두고 싶어서.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일생에 한번뿐인 신혼여행.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여행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닌 사람에게도, 오래 오래 기억될 여행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다른 여행에 비해 고민할 것도, 준비할 것도 많은 것 같다. 신랑과 신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래서 본격적인 신혼여행기를 남기기 전에, 신혼여행지를 고르고 여행을 계획한 과정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동상이몽

 

 

내가 그렸던 신혼여행은, 구체적인 장소는 없었지만... "긴 휴가기간을 최대한 이용해서, 앞으로 가보기 힘들 수 있는 곳들에 가는 것." (우리는 결혼 핑계로 회사에 2주 휴가를 내기로 회사에도 다 허락을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상상한 신혼여행은... 영국 콘월에서 겨울바다 구경, 북유럽에서 오로라 보기 ㅋㅋㅋ 지금 보니 좀 쌩뚱맞기도 하네. 아무튼 뭘 하고 싶다고 딱 정해진 건 없었지만, 좀 멀고, 이번이 아니면 가기 힘든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반면 오빠가 꿈꿔온 신혼여행의 컨셉은 매우 간단명료하고 확고했다. "휴양지/풀빌라에서 놀고 먹고 쉬는 것". 결혼 전부터 신혼여행은 풀빌라로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셨던(?) 분이셔서. 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름 절충안으로 처음에 고민했던 곳은 칸쿤이었다. 유명한 휴양지이기도 하고, 또 이번 2주 휴가 아니면 언제 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멀기도 하니까.

 

사진 출처: http://cancunairfare.com/

 

 

처음에 신혼여행지를 칸쿤으로 정하고, 자유여행을 갈 심산으로 책도 구매해서 야심차게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신혼여행 계획하면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평소에 여행 갈 때는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계획대로 안 되더라도 "이런게 여행의 묘미 아니겠어?" 하고 쿨하게 넘기는 편이지만, 이게 또 일생에 단 한번뿐인 신혼여행이다 보니... 완벽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이상한 강박에 사로잡혔다. 일정을 짜고 호텔을 알아보면서, 나답지 않게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고 어찌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드레스 샵 투어도 안하고 쿨하게 화보만 보고 샵 하나 찍었던 나인데...)

 

게다가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짠 계획 초안을 (당시의) 예비 남편께 가져갔더니, 표정이 어두우시다.

 

나는 "그래도 여기까지 비행기 타고 갔는데, 마야 문명은 좀 보고 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맘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치첸잇사를 일정에 넣고, 또 다른 델 들렀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오빠는 한숨을 푹- 쉬면서 "내가 신혼여행까지 가서 세시간 동안 버스 타고 이거 보러 가야겠니...?" 하는 반응이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사진 찾다보니 또 가고싶어지네 ㅋㅋㅋㅋㅋ

 

 

굉장히 김이 빠졌지만, 대화를 하다 보니 오빠는 '휴양지에 가서 풀빌라 리조트에 묵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여유롭게 쉬다 오는 걸 원했던 거였다.

 

게다가 여행사를 통해서 칸쿤 리조트들 알아보다 보니까, 칸쿤은 풀빌라가 많지 않아서 선택의 폭이 좁을 뿐더러, 풀 사이즈도 거의 자쿠지 수준으로 작아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칸쿤은 그냥 다음에 가야겠다 싶었다. "신혼여행=풀빌라"라는 공고한 로망을 가지고 계신 분인데, 그런 분을 자쿠지 같은 풀에서 물장구만 치게 놔둘 순 없지.

 

몰디브랑 세이셸도 고민하긴 했었다만, 저렇게나 뚜렷하게 '쉼'을 원하는 사람한테 열 몇시간 비행기 타게 하는 것도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나도 신혼여행에 대한 생각을

"특별한 기억을 남겨줄 스펙타클한 여행"이 아닌, "예쁜 풀빌라에서 몸도 맘도 편하게 쉬면서, 남편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으로 바꾸면서 오빠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렇게 우리의 신혼여행지가 된, 코사무이

 

 

그래서 가까운 동남아시아에서, 바다가 예쁘고, 풀빌라가 많고, 조용한 곳을 찾다가 우리의 마음에 들어온 곳이 코사무이였다.

 

사진 출처: http://www.kuoni.co.uk/thailand/koh-samui

 

우리가 신혼여행 가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까우면서도 다소 접근성이 떨어져서 (우리나라에서도 직항 노선이 없음) 가족 단위의 여행객에게는 메리트가 떨어지지만, 그만큼 조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태국 내에서도 고급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라 멋진 풀빌라들도 많고, 분위기도 번잡스럽지 않고 깨끗하다.

 

남편도 사진을 보더니 마음에 들어 하면서 단박에 "여기로 가고 싶다!"고 하길래, 코사무이로 확정. 지금 돌아보니, 나 딴 건 몰라도 신혼여행에 관해선 정말 남편의 결정을 100% 따랐던 것 같아...

 

 

 

 

 

#자유여행? 여행사?

 

 

그리고 이미 칸쿤 신혼여행 계획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지라, 이제 그냥 여행사에 다 맡겨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그 스트레스 때문만은 아니고, 오빠랑 눈높이를 맞추고 나니, 나도 이번 여행만큼은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이 쉬고 싶어져서... 여행 중에 발생할 상황도 여행사에서 다 알아서 하게 하고, 나는 남편이랑 같이 작정하고 아무 걱정도, 생각도 없이 놀고 먹어야겠다, 뭐 이런 생각...ㅋㅋㅋ 또 결혼 전에 다른 신경 쓸 일도 많은데, 신혼여행까지 이것저것 고민하고 알아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고.

 

여행사도 어디로 할까 고민했는데 (정말 결혼은 고민과 선택의 연속...-_- 하나를 결정하면 그 다음 산이...;;) 인터넷만으로는 결정이 어려워서, 광주 웨딩 거리 다니면서 여행사 몇 군데 상담을 받아봤다. 그 중 팜투어라는 신혼여행 전문 여행사를 오빠가 마음에 들어 했기에, 상담 받은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했다.

 

 

사실 내가 여행사를 끼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바로 '사람'이었다. 보통 자유여행으로 떠나는 경우 그 여행은 오롯이 나와 여행 파트너의 시간인 반면에, 여행사를 끼면 가이드가 개입되고, 또 현지에서의 일정을 진행하면서 다른 커플들이랑 엮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낯선 사람이랑 같이 있는 게 부담이 되고 싫다. 게다가 신혼여행인데! 둘이 오붓하게 있고 싶잖아!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부분은 잘 해결되었기에 여행사를 통해서 신혼여행을 진행한 것에 굉장히 만족하게 됐다.

 

일단 가이드 분이랑 우리가 잘 맞아서 참 좋았다. 현지에서 일정을 진행할 때는 모든 것을 가이드에게 의지하다 보니, 가이드를 잘 만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우린 운이 좋았던 듯. 우리가 풀장에서 노닥거리고 있을 때 옆에 우리처럼 허니문 온 한국인 커플이 한 쌍 계셨는데, 여행사에 전화해서 가이드 맘에 안 든다고 컴플레인 하고 계셨었다. 그 전까지는 가이드 분이랑 다니는 게 불편한 게 없어서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좋은 가이드 분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걸 느끼게 됐다.

 

그리고 가이드 분께서 한번에 여러 커플을 동시에 담당하심에도 불구하고 이동할 때 다른 커플이랑 마주칠 일이 없었다. 원래 그렇게 일정을 조정 하신다고... 그리고 애초에 대부분의 일정이 리조트 안에서 놀고 먹는 거라서, 어딜 이동하고 가이드분이랑 같이 다니고 그럴 일이 많지 않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 가이드의 개별 일정이 가능한지 여부는 여행사마다, 또 신혼여행지마다 다르다고 하니 참고할 것.

 

 

 

 

#일정

 

사실, 휴양지로 여행 가는 건 처음이었다... 맨날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닐 줄만 알았지, 리조트 안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쉬기만 하는 것도 처음.

회사에는 이미 무려 2주간 휴가를 받아놓은 상황이라, 동남아시아 가기엔 시간이 정말 여유로운 편이어서 모든 일정을 굉장히 여유롭게 짰다.

 

여행 기간은 총 7박 9일. 다들 태국 가는데 뭐 그리 기냐고... 근데도 돌아올 때 아쉽더라ㅠㅠ 첫 1박은 방콕에서 경유할 때 잘 방콕 공항 근처의 호텔. 그리고 첫 2박은 리조트에 묵으면서 액티비티 위주로 즐길 예정이었고, 남은 4박을 풀빌라에서 놀고 먹는 일정으로.

 

 

 

#리조트 선택: KC 리조트, 실라바디

 

휴양지로의 여행은 리조트 선택이 8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신혼여행은 더더욱! 그래서 리조트 선택에 많은 고민을 했다.

 

개인적으로 대형 호텔 체인은 별로... 태국의 작고 아름다운 섬 코사무이까지 가서 콘래드니 반얀트리에서 묵고 싶진 않았다. 이런 곳들은 가격대가 너무 높기도 했고. 태국 현지의 느낌을 잘 살린 리조트였으면 했고, 그러면서도 허니문이니까 나름 고급스럽고 깔끔해야 하고, 서비스도 좋아야 하고... 코사무이의 많은 풀빌라 중에서도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곳이 바로 실라바디였다.

 

사진출처: 실라바디 리조트 홈페이지

 

액티비티 위주의 일정을 즐길 때 묵은 곳은 차웽 비치 근처의 KC 리조트. 풀빌라는 아니고 공용 수영장이 있는 깔끔한 리조트였다. 혹시 저녁에 시내 나가서 맥주라도 한잔 할까 싶어 차웽 비치 근처로 잡았는데, 일정 끝나고 집에 와서는 쉬느라고 나가질 않았다는 ㅋㅋㅋㅋ

 

리조트는 워낙 할 이야기가 많으니, 다음에 이어서 계속 쓰는 걸로!

 

 

 

#그리고 허니문 스냅

 

웨딩 촬영을 워낙 간소하게 한 터라 신혼여행에서 우리끼리라도 사진을 좀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 찍을 때 입을 흰색 드레스와 화관, 웨딩슈즈를 챙겨갔었고, 현지에서 여행사가 연결해준 업체를 통해 2시간동안 간단하게 허니문 스냅을 찍었다. 우리 둘만의 여행이었지만, 또 다른 사람이 코사무이를, 실라바디 리조트를 배경으로 찍어준 우리 둘의 모습도 예뻤다. :) 사진들 살짝 공개!

 

 

 

 

그런데 확실히 바다 배경으로는 흰색 드레스보다 화려한 프린트의 샤랄라한 드레스가 사진이 예쁘게 나오긴 한다. 그래도, 허니문 스냅에 흰색 드레스 입고 찍은 사진 없으면 아쉬우니까 ㅋㅋㅋㅋ 흰색 드레스 고를 때는 디테일이 많은 것보다는 (어차피 빛이 너무 강해서 잘 안나옴) 얇고 가벼운 소재로 된 게 예쁘다.

 

 

 

 

 

 

다시 보니 정말 아름다웠구나, 코사무이!

하아, 글 참 길다. 그 외에 자세한 코사무이 이야기는 여행일기 쓰면서 하나씩 풀어 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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