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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와서 밀포드 사운드 안 와보고 가는 사람 있을까?

 

유네스코의 세계 자연유산인 테 와히포우나무(Te Wahipounamu)의 일부인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우리가 헬리콥터로 살짝 둘러본 아오라키/마운트 쿡 국립공원부터 웨스트 랜드 국립공원, 마운트 어스파이어링 국립공원, 그리고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까지 뉴질랜드 남서쪽 해안 전체가 이 테 와히포우나무에 속한다.

 

 

지도에서 붉게 표시된 부분이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인데, 해안선이 매우 복잡하다. 빙하에 의해 침식된 피오르드 지형 때문에 협곡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 협곡들을 사운드(Sound)라고 부른다. 피오르드랜드의 이 많은 협곡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이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 협곡들 중에서도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몇 개 안된다고 하는데, 그 중 가장 대중적인 곳이어서일까? 근방의 다우트풀 사운드(Doubtful Sound)도 꽤 알려져 있는 편이다.

 

보통은 퀸즈타운에서 당일치기 투어로 많이 다녀오고, 우리도 BBQ Bus라는 투어를 예약해서 다녀왔다. 지도에서는 퀸즈타운과 밀포드 사운드가 가까워 보이지만, 산 때문인지 길이 없어서..;; 퀸즈타운에서 저~ 아래 테 아나우까지 내려간 다음에, 피오르드랜드 내셔널 파크로 들어가서도 한참 걸려 밀포드 사운드에 닿게 된다. (휴식시간 포함해서 편도 4시간가량 소요)

 

 

이날 아마 아침 7시에 호텔 앞에서 투어가 출발했던것 같다. 이른 아침의 와카티푸 호수.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날.

투어 예약한 사람들이 다 탑승하고 나서 버스 기사님께서 간단히 인사를 하시고, 모두 돌아가면서 간단히 자기 소개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나서 버스는 끝없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퀸스타운을 벗어나니 맑아진 하늘.

창 밖 풍경도 봤다가, 졸기도 하다가, 하면서 드디어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을 포함한 뉴질랜드 남섬의 서쪽 지역은 비가 워낙 많이 내리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간 날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국립공원에 도착하고 나서는 중간중간 유명한 포인트마다 기사님이 설명도 해 주시고, 내려주셔서 사진도 찍고 풍경을 즐겼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더 운치있게 느껴졌다.

이 피오르드랜드 지역에 샌드플라이가 워낙 무시무시하다고 해서 그 전날 버그 스프레이도 사고, 물렸을 때 바르는 약도 샀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샌드플라이는 한 마리도 못 봤다.

 

 

 

비가 와서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안개가 껴서 잘 안보이기도 했고... 원래 이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는 유명한 거울 호수(Mirror Lake)가 있다. 맑은 날 와서 보면 주변의 산과 하늘이 마치 거울처럼 비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간 날엔 거울 호수의 맑은 얼굴을 볼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한번 더 들렀을 때도 흐려서...

 

 

 

고도가 높은 곳으로 가니 눈이 내렸다.

안개도 많이 껴서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웅장한 산맥에 눈이 쌓여있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아, 눈이 아니라 빙하인가..?

 

 

 

 

비가 왔다가, 눈이 왔다가... 이렇게나 얄궂은 날씨였는데.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고...

크루즈 탈 때가 되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맑게 갰다.

 

 

드디어 크루즈 탑승! 출바알-

 

 

 

 

 

 

 

점점 개는 하늘.

구름 사이 사이로 보이는 협곡의 모습이 정말 너무너무 멋지다.

 

 

이 피오르드랜드 해협의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이 바로 수중 생태계다.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면서 함께 침식시킨 지층의 퇴적물들이 해수면 근처에 부유하면서 빛을 차단하게 된다.

그래서 이 지역은 연안이고 수심이 깊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심이 깊은 먼 바다에서 서식하는 바다 생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물개! 사진을 잘 보면 물개 가족이 보인다.

펭귄도 보러 갔는데... 펭귄이 외출중이어서 못봤고ㅠㅠ 운이 좋을 땐 고래도 보인다고 하는데, 우린 못봤다.

 

 

 

점점 날씨가 맑아져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셔터를 멈출 수가 없는 풍경들.

 

 

이렇게 맑은 날 밀포드 사운드를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하던데... 운이 좋은가보아 :) 씐난 나.

그리고 여기, 해협이라서 그런지 바람이 굉장히 강하다... 옷을 너무 얇게 입고 왔는지 추워서 남편님 옷 빼앗아 입었다.;;

 

 

 

같이 투어 온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둘이 사진도 찍고 :)

구도가 맘에 안듦.... 역시나 외국인들은 사진을 못찍...어.. 우리도 아침 일찍부터 차 타고 오느라 피곤해보이지만, 그래도 표정은 행복해 보이네.

 

 

내가 수많은 밀포드 사운드 투어 중에서 BBQ Bus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

바로 이 선상 바베큐다 ㅋㅋㅋㅋㅋㅋ 대부분의 투어가 점심 포함인데, 그냥 어정쩡한 도시락 먹느니 바베큐 먹는게 따뜻하기라도 하겠다 싶어서. 그리고 밀포드 사운드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나름 의미도 있잖아..?! 요렇게 우리 버스 기사 아저씨가 꼬치를 구워 주신다. 양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등 다양한 꼬치들이... 그리고 빵이랑 야채, 소스 등을 곁들여서 먹을 수 있게 준비해 주신다.

같이 크루즈 탄 사람들 중에서 우리 투어 소속이 아닌 사람도 있었는데... 그 분들도 먹으려고 하니까 아저씨가 단호박처럼 "이 바베큐는 BBQ Bus 손님들을 위한거다"라고... 우리끼리만 먹으려니 왠지 미안한 기분 뭐지? 

 

 

 

내가 꼽는 밀포드 사운드 베스트컷. 후아 ㅠㅠ 계속 말하기 입아프지만, 날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로 만들어주는 뉴질랜드의 풍경이여..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여기 저기 폭포가 참 많은데, 난 폭포라길래 뭐 별 생각 없었는데 직접 보니까 정말 신기하고 멋지다.

 

특히나 밀포드 사운드에서 가장 높고 긴 폭포가 하나 있다는데, 그 물을 맞으면 10년인가 젊어진다고 ㅋㅋㅋㅋㅋ

그래서 크루즈가 그 폭포 거의 앞까지 다가가는데, 그냥 맞지 마세요... 집에 갈때까지 얼마나 추울까 =ㅅ=;

그래도 같이 크루즈 탔던 사람들 중에 어린 친구들은 끝까지 밖에 있다가 물 맞고 들어오던데 ㅋㅋㅋㅋ

 

약 2시간가량의 크루즈가 끝나갈 때 즈음 선장님의 마지막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뉴질랜드 최고의 국립공원인 피오르드랜드 내셔널 파크. 전체 면적 중 90%는 인간이 한번도 접근하지 않은 곳이다."

 

뉴질랜드인들이 자연을 대하는 자세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화산 활동도 활발하고, 지진도 자주 일어나는 뉴질랜드. 역동적이고 거대한 자연의 힘을 항상 느끼며 살고 있어서 그런지, 뉴질랜드인들의 문명은 참으로 겸손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여기 잠깐 살다 가는 손님이니까... 도로 놓는 것도 최대한 간소하게. 집도 튼튼하지만 소박하게. 다른 동식물들이 살고 있는 영역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뉴질랜드를 추억하면서- 뉴질랜드 자연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여러 편 봤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데 참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크루즈가 끝나고 이제 돌아갈 시간.

 

 

 

돌아가는 길에 들른 The Chasm (더 캐즘)이라는 이름의 숲. 남편은 갑자기 급 피곤했는지, 안내리고 버스에서 자고 있겠다고 하길래 혼자 나와서 봤다.

 

정말 아름다운 숲이었다.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햇빛을 받으면서 보석처럼 반짝거렸고, 고사리를 비롯한 뭔가 고대 시절에 살았을 법하게 생긴 식물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어디선가 엘프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 이래서 반지의 제왕을 뉴질랜드에서 찍었나봐.

 

실제로 뉴질랜드가 가장 오랜 기간동안 외부 생태계와 단절되어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고대 생태계의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Chasm이라는 단어는 바위나 얼음 사이의 틈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바로 이 독특한 돌 모양때문에 그 이름을 얻게 되지 않았나 싶다.

동글동글한 구멍이 여기 저기 뚫린 돌들. 왜 이런 모양으로 구멍이 나 있는지는... 설명을 해주셨었나? 기억이 안 나네.

 

 

 

 

그리고 또 여기서 뉴질랜드의 독특한 새 중 하나인 케아(Kea) 앵무새를 봤었는데... 사진이 없네 ㅠㅠ 안 찍어둔건가.

이 앵무새는 7세 아이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호기심도 굉장히 많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도 잘 도망가지 않았다.

(근데 왜 사진이 없냐구...ㅠㅠ)

 

 

또 다시 달려서 퀸즈타운으로 돌아간다.

피곤한 우리들과 다른 투어 일행들은 잠에 빠져들고....

 

퀸즈타운 거의 도착했을 때, 기사 아저씨가 퀸즈타운에 관한 여러 가지 얘기를 해주셨었는데...

겨울엔 유명한 스키 스폿이니만큼 사람이 많고, 또 여름에는 다른 레포츠 즐기러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일년 내내 활기찬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퍼그버거 안 기다리고 먹는 꿀팁을 알려주셨는데!

전화로 주문해서 오더 번호를 받고, 퍼그버거 홈페이지에서 요리가 완성된 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데, 거기 자기 오더 번호가 뜨면 바로 가서 줄 안서고 결제하고 받아올 수 있다는... 근데 우리는 그 전날 이미 먹어서 써먹어 볼 수가 없었네 ^^.. 뭐 기다리는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긴 하다. (그런데 방학 시즌에는 우리가 갔을 때랑 정말 비교도 안되게 줄이 엄청 길다곤 하더라.)

 

그리고 퀸즈타운에는 생선이 맛있는게 많다고.

그래서!!!!!

 

 

 

돌아와서 저녁은 퀸즈타운 시내에 있는 Fishbone이라는 식당에서 생선요리와 해산물 냠냠.

난 워낙 생선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뉴질랜드의 고기고기고기스러운 식단에 살짝 질려 있었기에...

오빠를 졸라서 갔었더랬지.

 

이렇게, 길고 피곤했지만 즐거웠던 하루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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