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2017년 3월 21일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이 책을 구매한 것은 작년 10월 말 경, 그러니까 최순실 게이트가 막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물론 전 대통령 박근혜의 무능함과 그녀를 보좌하던 정치인들의 뻔뻔함에는 분노했지만) 그 사태가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사태까지 치달으리라곤 짐작하지 못했으며, 정치 사회적인 이슈 때문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국가를 이해하는 다양한 사회과학적인 시각이 궁금해 이 책을 구입했었다. 그리고는 2장 정도까지 읽다 멈췄고, 이번 달 독서모임 차례가 돌아오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덕분에 책을 읽기 시작한 시기와 대통령의 탄핵 심판/선고가 진행되는 시기가 맞물려, 바람직한 국가와 정치의 모습은 무엇인지 더 가깝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일단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진보자유주의자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책의 전반부는 다양한 국가관과 통치형태에 대한 이론, 애국심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을 소개하는 데 할애되어 있으며, 후반부는 진보정치의 의미와 우리 나라 진보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꽤나 구체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바람직한 진보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진보 정치인들이 어떻게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고 바람직한 국가를 건설하는 데 일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유시민이 정말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책의 후반부인 것 같다. 그 내용을 사회과학 또는 정치철학적인 기초가 없는 일반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반부에서 관련된 이론들과 정치 사상들을 쉬운 문장과 예시를 통해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정치’는 이데올로기 논쟁이 아니다. 정책과 법률, 권력 등의 수단을 통해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실제적인 행위이다. 지난 민주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올바른 이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쟁하는 데 급급했다. 그래서 국민이 원하는 삶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이나 법률을 만들고 이에 맞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고 유시민은 평가했다.

대학생 시절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라는 책을 읽었었다. 그의 책은 보수 정치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포함되어 있을뿐더러, 이 책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거칠지만, 진보 정치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비슷한 것 같다. “이념적으로 어느 쪽이 옳은지 백날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치적 역량을 펼칠 기회를 얻는 방법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진보는 현명하게 연합해야 하며, 지식인의 언어가 아닌 민중의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라.”는 내용이었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이 메시지를 단단한 학문적 토대와 촘촘한 논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내 정치 성향을 굳이 규정하자면 진보자유주의자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그렇기에 유시민의 논리와 생각에 전반적으로 많이 동의하면서 책을 읽었다. 다만 다음에는 반대로 보수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시민은 책에서 ‘진보정치’를 ‘국가로 하여금 선을 행하게 하려는 활동’이라고 규정했고, 진보자유주의자를 ‘자유주의 국가론이라는 땅을 딛고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를 보며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아마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인들도 그 지향하는 바는 (구체적인 모습은 다를지라도)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은 어떤 학문적인 토대와 논리 위에서 그들의 정치적인 방향성을 입증해 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