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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노래

Winter by Tori Amos

세실류 2017. 10. 22. 12:17

*

고등학생 때도 이 노래를 좋아했지만, 당시에는 가사가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그냥 피아노 선율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았고,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 하는 내용이구나... 하고만 생각했을 뿐. 그런데 지금 와서 오랜만에 다시 이 노래를 곱씹으며 들어보니, 세상에나. 이렇게나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였다니...

 

 

 

 

 

*

Snow can wait

I forgot my mittens

Wipe my nose, get my new boots on

I get a little warm in my heart when I think of winter

I put my hand in my father's glove

 

I run off where the drifts get deeper

Sleeping beauty trips me with a frown

I hear a voice

You must learn to stand up for yourself

'cause I can't always be around

 

He says

When you gonna make up your mind

When you gonna love you as much as I do

When you gonna make up your mind

'cause things are gonna change so fast

All the white horses are still in bed

I tell you that I'll always want you near

You say that things change, my dear

 

Boys get discovered as winter melts

Flowers competing for the sun

Years go by and I'm here still waiting

Withering where some snowman was

 

Mirror mirror, where's the crystal palace

But I only can see myself

Skating around the truth who I am

But I know that the ice is getting thin

 

When you gonna make up your mind

When you gonna love you as much as I do

When you gonna make up your mind

'cause things are gonna change so fast

All the white horses are still in bed

I tell you that I'll always want you near

You say that things change, my dear

 

Hair is grey and the fires are burning

So many dreams on the shelf

You say I always wanted you to be proud of me

I always wanted that myself

 

He says

When you gonna make up your mind

When you gonna love you as much as I do

When you gonna make up your mind

'cause things are gonna change so fast

All the white horses have gone ahead

I tell you that I'll always want you near

You say that things change, my dear

 

(뮤직비디오 버젼과 원곡은 가사가 아주 조금 다르다)

 

 

*

추운 겨울. 작은 아이에게 따뜻한 장갑을 주고, 아이가 눈더미에서 놀다가 넘어지면 달려와 일으켜주는... 화자의 아버지.

그는 말한다. "내가 항상 옆에 있을수만은 없으니, 너 혼자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이는 곧 자라고, 스스로 인생을 책임져야 할 때가 오지만, 아버지의 눈에 아이는 항상 어리기만 할 뿐이어서... 아이에 대한 걱정과 염려는 끝이 없다.

아이는 아버지에게,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였으면 한다"고 말하지만, 그에 대한 아버지의 답은...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라는 것.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소년들이 뛰놀고, 꽃이 피어나지만... 아이는 여전히, 눈사람이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다.

아이는 조금 자랐지만, 여전히 삶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본질은 깨닫지 못했고...

다만 그렇게, 계속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느낄 뿐.

 

더욱 시간이 흐르고 그의 아버지는 노인이 되었다.

많은 꿈들도 하염없이 흘러간 시간 속에 파묻혀 버렸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말했다. "난 네가 나를 자랑스러워 하길 바랐다"고.

그리고 그것은 아이가 아버지에게 원하던 것이었다.

 

 

*

얼마 전 남편의 할머니, 내게는 시할머니이신 분께서 돌아가셨다. 연세도 워낙 많으셨고 최근 건강이 조금 나빠지셨던 터라 다들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병원이 아닌 집에 계시다가 비교적 편하게...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어르신들이 "이렇게 날이 좋을 때 마지막까지 복을 주고 가시는구나"고도 말씀하셨다.

 

남편과 내가 결혼한 지 2년이 채 안되기에, 시할머니와 내가 함께 보낸 시간은 아주 짧다. 내가 처음 찾아뵈었을 때도 이미 많이 연로하신 상태였기에, 내가 누군지는 알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남편과 인사하러 갈때마다 더없이 밝은 얼굴로 웃으면서 내 손을 꼭 잡고 놓질 않으셨는데, 그 손이 너무 작고 가녀렸다.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할 때면 항상 얼굴에는 웃음을 띄우고 계셨고, 작은 불평이나 짜증 한번 없으셨던 분이었다. 함께 한 추억은 많지 않았지만... 아버님의 형제자매, 그리고 어머님과 다른 며느리/사위가 시할머니를 대하는 걸 보면서... 참 사랑스러운 분이셨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좋게 가셨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눈물짓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분들의 슬픔과 상실감이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아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났다.

 

 

*

엄마가 추석 때 우리 집에 놀러와서 요리를 하면서 참기름을 찾기에, 선반에서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을 꺼내 주었다. 이건 언제 어디서 난거냐고 물어서 "이거 엄마가 나 결혼했을 때 쯤 준거야. 외할머니가 만든 거라고." 라고 했더니 엄마가 갑자기 당황한듯 "아.. 그때 그랬었나?" 라며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덧붙였다.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나네... 아무리 보고 싶어도 다시 볼 수가 없지..."

 

 

*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이별을 한다. 그 순간이 언젠가는 찾아오고 그 누구도 예외 일 수 없다는 건, 정말 너무 슬픈 일이다. 아빠의 흰머리와 엄마의 작은 어깨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하고 쓸쓸해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고, 나는 아직 내 삶을 살아내는 것에도 서툴 뿐이고, 이별의 순간은 점점 가까워 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내게는, 그게 얼마만큼인지는 모르지만..... 주어진 시간이 있다. 그 남은 시간동안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기억을 많이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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