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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울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 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이 봄바람에 헤적일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노래: 아이유 / 원곡: 정미조)

 

 

 

아이유의 감성과 목소리를 좋아하는지라, 이번 '꽃갈피 둘' 앨범이 나왔을때부터 전곡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서 줄곧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트랙은 전주에서부터 넘겨버리곤 했다. 처음 이 앨범이 나왔을때가 9월 말, 아직 내가 사는 이곳은 여름의 지나간 흔적이 가을의 첫 발자국보다 더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을까. 여전히 푸릇푸릇한 나뭇잎들과 새파랗게 드높고 파란 하늘을 보면서 '아직은 이렇게 구슬픈 노래가 어울릴 법한 계절은 아니야' 하고 다른 곡으로 차례를 넘겨버리곤 했다.

 

그로부터 한 2-3주정도 지났을 때에, 낮이 제법 짧아지고 나뭇잎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갈 즈음, 비로소 이 노래를 끝까지 듣게 되었다. 가사가 너무 아름답다. 누가 이렇게 예쁜 가사를 썼을까? 찾아보니 원래 김소월의 시라고.

처음 앨범을 들었을 때는 '가을아침', '비밀의 화원'같이, 시원하고 맑은 가을에 어울리는 청량한 노래들을 많이 듣게 되더니... 가을이 더 깊어지고 쌀쌀해진 요즘엔,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듣게 된다.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린다는 것은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 일일지.

가도 아주 가시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

그 한마디의 약속을 붙잡고,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신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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