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 이야기

건축 멜랑콜리아 - 이세영

세실류 2018. 12. 29. 22:03

2016년 12월 22일


건축 멜랑콜리아: 한국 근현대사 공간/건축 탐사기

by 이세영

 


인터넷에서 제목만 보고 스스르 주문해본 책. 건축과 공간을 소재로 한 책은 많이 읽어보지 않았던지라 궁금했고, '멜랑콜리아'라는 단어가 굉장히 적절하게 느껴졌다. 건축과 공간은 그곳을 방문하거나 그 안에서 생활한 사람들에게, 공간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넘어 삶의 기록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감상을 불러 일으키니까. 게다가 목차를 훑어보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건축물과 공간들이 대부분 나에게 (그리고 서울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곳들이었다. 사진 속의 연대 학생회관을 포함해서 아현 고가도로, 국회의사당, 고속버스터미널, 광화문 지하도, 노을 캠핑장 등등... 이 익숙한 공간들 위에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았을지 궁금했다.


저자는 건축물들과 공간에 얽힌 역사적 함의를 탐구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건축을 매개로 한 역사책에 가깝다. 고대에나 지금이나, 건축에는 상당한 자본이 투입되기에 당대의 자본가와 권력자들의 이해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글쓴이는 대한민국 근현대 건축과 공간들을 통해 당시 권력자의 의도나 역사적/사회적인 함의가 공간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고,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의 약력을 대충 슥 보더라도, 유신정권과 독재 등으로 얼룩진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서술했으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나 또한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저자의 역사적 해석에 상당 부분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이것까진 동의할 수 없겠다 싶은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우리 나라 근현대사를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는 방식이 아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건축물과 공간들을 매개로 해서 굉장히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었다. 아쉬운 점은 다소 현학적인 문체(관념적인 표현이 너무 많음. 사회과학분야의 책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그렇게 느꼈는지도...)와, 건축물들의 사진을 컬러로 실어줬다면 더 생생하게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점. 그렇지만 나름 추천하는 책입니다용.

#뇽의책장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한산성 - 김훈  (0) 2018.12.29
언플래트닝 - 닉 수재니스  (0) 2018.12.29
채식주의자 - 한강  (0) 2018.12.29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김새별  (0) 2018.12.29
알랭 드 보통, 불안  (2) 2017.08.19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