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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유아인 수상소감 복습

세실류 2016. 7. 19. 22:40

갑자기 불현듯,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올해 초 이슈가 되었던 유아인 수상소감이 생각나 다시 보고 싶어졌다.

오글거린다 어쩐다 말이 많았는데- 난 개인적으로 좀 느끼하다 싶긴 했지만, 신선해서 좋았다.

 

그 당시에는 '이름도 모르는 감사한 사람들 나열하는 거 듣고 있는 것보다 흥미롭고 재미있네' 하고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다시 보니, 그 내용이 너무 공감이 가서...

 

 

 

이 상패 하나에 참... 많은 스토리가 있고, 많은 생각들이 오가고, 많은 야심이 뭉쳐 있고... 힘겨루기를 하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의 일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가장 순수하게, 가장 의연하게 연기하는 거잖아요.

막 영악하고, 여우 같아지고, 괴물 같아지는 순간들이 많지만, 다 떨쳐내고... 좋은 배우로서...

좋은 배우가 뭐지? 더 수준 높은 연기는 뭐지? 고민하면서... 끊임없이 다그치고, 다그치고, 또 다그치면서....

좋은 배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유아인, SBS 연기대상 최우수 연기상 수상 소감 중에서

 

 

 

 

 

필모그래피도 화려하고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유아인 씨에 비해

나는 그냥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지만, 저 수상소감을 말하는 유아인씨의 모습에 내 모습이 겹쳐지면서

아, 그가 배우로서 하는 고민과, 내가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하는 고민이 참 많이 닮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는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주목하고, 그렇게 고(高)성과자로 평가받는 사람에게는 경제적인 보상과 더 높은 직급,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지켜보면 꼭, '일 잘하는 사람=고성과자' 라는 등식이 성립하지만은 않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회사 생활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더욱, 어마어마한 정치가 개입된다.

개개인의 욕심, 야심, 이해관계들이 뒤엉켜있고, 조직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참 영악하고 가끔은 잔인해져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물론 나는 아직 입사한지 5년도 안 된 사원이기 때문에, 내가 (만약 계속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면) 실제로 그 자리에서 겪어내야 할 상황들은 지금 내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심하겠지.

 

어떤 성과가 있을 때 그 공(功)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포장을 하고...

하지만 나의 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 시간은 보통 지켜지고 있지 않긴 하지만...) 내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가끔은 일하기 싫어 멍때리다가, 티나는 일들만 쏙쏙 골라 하고 제대로 처리 못한 일에 대해선 내 탓이 아닌 양 포장하고 핑계를 대기도 하는... 영악한 내 모습이 싫지만-

모두 떨쳐내고, 멋진 회사원, 사회인으로서... (사실 특별할 것 없는 회사원에게 '멋지다'라는 수식어는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 봤을 때, "그래도 최선을 다했고, 참 열심히 일했으며, 그 때의 난 꽤 괜찮았다." 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다.

 

건조한 회색빛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특별할 것도, 멋진 것도 찾아보기 힘든 회사 생활이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인생이고,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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