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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사랑한 보물' 전시에 다녀왔다. 이름하여 '드레스덴 박물관 연합 명품전'. 독일 작센(Sachsen) 주의 주도였던 드레스덴, 그 곳에서 융성했던 바로크/로코코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 화려한 바로크 시대의 유물을 감상하는 건 즐거운 일이긴 하나 굳이 박물관까지 가서 볼 정도의 열정은 없는데, 5년 전 친구 홍과 방문했던 드레스덴이 그리워, 그녀와 함께 (그리고 남편도 함께...) 발걸음을 하게 되었다. 전시는 11월 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이후엔 국립광주박물관으로 옮겨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가을색이 완연한 국립중앙박물관의 풍경.

현장 발권할 때 보니 우리카드 결제하면 할인이 되더라. 별 생각 없이 평소 사용하던 카드 내민건데, 할인 된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졌음. (이런 거 미리 알아보고 가는 습관을 들여야 할 터인데...)

 

 

 

사(史)알못인 나이기에... 독일 역사가 어떻고, 작센 주의 역사가 어떻고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그 당시 작센을 다스렸던 강건왕 아우구스트가 제작/수집한 각종 귀금속과 공예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당시의 기술로 이런 게 가능했다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수정, 금 등 각종 보석과 귀금속은 물론이고, 코끼리 상아, 자개, 산호 등 온갖 희귀하고 독특한 재료로 만든 공예품들이 가득하다. 흥미로운 것은 술잔과 술병이 특히나 많다는 점... (맨날 술만 마셨나...)

 

 

 

 

 

 

무거워서 저런 걸 어떻게 들고 마셨대? 왕이니까 누가 들어서 먹여줬으려나? 뭐 이런 생각도 하고 ㅋㅋㅋㅋ

 

 

 

 

 

 

 

 

이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을지, 한 부분 한 부분 파내고, 다듬는 과정에서 그 장인이 얼마나 집중했을지... 상상만으로도 존경 어린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내게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런 금은보화들보다도 바로 마이센 도자기 섹션이었다. 5년 전 드레스덴을 여행할 때 마이센 도자기 박물관을 방문했던 탓도 있겠지만...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에 감명 받은 (한국 도자기는????) 강건왕 아우구스트는, 이곳 작센에서 도자기를 생산하고 싶어했다. 그의 명에 따라서 오랜 기간의 연구를 거쳐, 바로 마이센(Meissen)에서 유럽 최초의 도자기 생산에 성공했다.

 

이 전시에서는 아우구스트가 수집한 일본/중국의 도자기와, 그 도자기들의 마이센 카피본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데, 같은 모양의 도자기 한 쌍 씩을 비교해 보는게 꽤나 흥미로웠다.

 

 

 

 

 

도자기 몸통의 곡선은 확실히 동양의 도자기가 좀더 아름답고 대칭이 잘 맞는 느낌이었다. 또, 동양에선 수묵화가 발달해서인지, 도기 표면에 그림을 그려 넣을 때 붓의 강약과 물감의 농담을 조정하는 테크닉이 훨씬 더 정교했다. 반면 수채화, 유화 등 색을 사용하는 그림 문화가 발달한 서양의 도자기, 즉 마이센의 도자기는 도료가 훨씬 더 선명하고 깔끔하게 발색되어 있었다.

 

이렇게 동양 도자기의 모방으로 시작한 마이센의 도자기이지만, 마이센의 도자기 또한 로코코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나갔다. 마이센 도자기 박물관에서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여러 가지 색으로 예쁘게 채색된 도자기들을 많이 봤는데... 이 전시에는 그 수가 많지 않아서 사실 좀 아쉬웠다. 어쨌든, 이 강건왕 아우구스트님께선 언젠가 중국 황제를 꼭 초대해서 마이센에서 만든 도자기를 자랑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고... 하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전시 규모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작았다. 게다가 정말 화려하고 중요한 작품들은 모두 사진으로만 감상해야 했다는... 뭐, 디테일 보기엔 그게 더 편할수도 있고... 해상도가 좋은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전시하는 전시 기법도 있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실물로 직접 보는 것과는 감흥이 다르겠지.

 

그리고 마이센 도자기의 상징인 파란 칼 두개가 교차된 마크! 그걸 볼 수가 없었네. 설명도 나와 있던데... 내가 못 찾은건가?

 

 

(바로 이거!!! 마이센 도자기 박물관 갔을 때 찍어온 사진 찾아서 넣어봄)

 

 

어쨌든, 드레스덴과 관련한 추억이 있는 나와 홍은 즐겁게 관람했다. 동독 여행하면서 이틀간 머물렀던 도시였는데... 알트슈타트의 장엄하고 화려한 바로크 건축물도 멋졌고, 노이슈타트의 펑키한 느낌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언젠가는 꼭 다시 가보고픈 그 곳. 나중에 부모님과도 한번 와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던 곳이었는데... 언젠가는 부모님 모시고 가볼 수 있을까? 전시 감상평 남긴 김에 조만간 드레스덴 여행도 한 번 정리해서 올려봐야지.

 

 

 

덧붙여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뮤지엄샵. 뮤지엄샵 좋아하는 홍은 잔뜩 기대했는데, 너무나 부실해서 실망만 하였다고 한다... 나도 간만에 같이 독일 여행할 때 생각도 나고 해서, 뭐 살만한 거 하나 있음 집어오려고 했더니만, 진짜 이건 뭐 예쁜 것도 없고 쓸만한 것도 없고... 흑흑.

 

 

 

그녀의 초상권은 소중하니까요...

 

 

 

#르번미, 속까지 뜨뜻한 쌀국수 한 그릇

 

그리고 이 날 식사를 위해 방문한 르번미!

 

 

 

원래 10시 땡 하면 만나서 전시 보고 밥 먹으러 가려다가, 생각보다 만나는 시간이 늦어져서... 배도 고프고, 밥 먼저 먹자! 하고 갔는데, 일찍 가길 잘한 것 같다. 우린 오픈 시간에 맞춰 가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는데, 식사하면서 보니 가게도 작은데 밖에서 기다리는 줄이 꽤 길더라. 식사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음 :-) 일단 이곳의 시그너쳐 메뉴로 보이는 분레도 괜찮았고, 나는 개인적으로 번미 샌드위치가 마음에 들었다.

 

 

맛있는 거 먹었으니 메뉴판도 한번 찰칵, 찍어주고-

 

 

 

분레는 이렇게, 토마토가 들어간, 다소 매콤한 쌀국수인데... 먹자마자 속이 따끈하게 풀리는 게, 해장하기 딱 좋을 것 같음. (우린 전날 술 한모금도 안마셨는데, 이건 완전 해장용이라며 막막 ㅋㅋㅋ)

 

 

 

닭갈비 덮밥...이었나? 기억이 안나. 딱히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음.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분짜!는 뭐 에머이에서도 많이 먹어본 거니까요. 에머이 분짜보다는 조금 덜 단 맛.

 

 

 

그리고 my pick of the day. 바로 이 번미 샌드위치! 반미 샌드위치라고도 하는 베트남식 샌드위치인데, 쌀로 만든 바게트 번을 사용해서 만든 샌드위치다. 번이 참 폭신폭신하고 담백한 게, 정말 맛있었음... 저 바게트 번 팔면 사서 해먹고 싶은 심정. 그리고 꿀에 절여진듯한 감자튀김도 ㅋㅋㅋㅋ 완전 취향저격이었더랬지.

 

 

#디저트는 반숙 카스테라로 유명한 카페 모스(Cafe Moss)에서!

 

 

 

반숙 카스테라는 맛있긴 하지만 굳이 찾아가서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 하지만 친구와 수다떨기엔 좋은, 조용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시끄러워져서, 빨리 전시회 보러 가자고 일어나긴 했음.

 

 

 

 

그녀와 만날 때마다 거해지는 의식(?)과도 같은, 서로의 파우치 구경하기.

 

 

 

 

# 이날의 마무리는, '배재란의 커피 클래스'에서 마신 차 한잔으로..

 

전시 끝나고 또 커피나 한잔 할까 하고 나왔는데, 나오니까 갑자기 급 피곤해진 나와 남편 ㅋㅋㅋㅋㅋ 마침 눈에 들어온 '배재란의 커피 클래스'에 무작정 들어갔다. 스페셜티 카페 전문점이지만, 난 이미 카페 모스에서 커피를 마신지라, 딱히 커피가 안 끌려서 차를 한번 시켜봤다.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순천'이 들어가는 이름의 차였다. 왠지 정이 가서 시켜봄. ㅋㅋㅋㅋ 근데 뭔가 파래 향이 나면서 독특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내 입맛에는 호!!! 이 때 체력이 너무 바닥이었던지라 카페 내부 사진도 안 남겼는데, 차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이건 어떻게든 남겨놔야곘다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찰칵칵 했다.

 

 

 

향긋한 차 기분좋게 마시고 이제 집에 가야겠다며 나와서 이촌역으로 향하는데, 가는 길에 만난 그래피티. 사실 그래피티라기보단 벽화...에 가깝네. 뭐 어쨌든 이거 보니까, 또 동독 여행할 때 그래피티 가득한 벽 앞에서 사진 찰칵찰칵했던 기억도 나고 해서 사진을 남겨 보았심. 동독 특유의 반항적이고 음울한 느낌과 어울리는 가죽 자켓을 입고 나와준 그녀를 위해 ㅋㅋㅋㅋ 여긴 한국이고 서울이지만, 어쨌든 오늘은 그 때 그 여행을 추억하려고 만난 거니까, 여기 이게 벽화가 아니라 그래피티라고 생각해 보자구 ㅋㅋㅋㅋ

 

 

 

 

오랜만에 서울에서, 여수보다 한걸음 더 빨리 찾아온 가을도 느끼고, 오랜 친구와 즐거웠던 옛 여행도 추억하고. 맛있는 음식과 향긋한 차도 즐거웠던... 어느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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