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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듭해서 싱가포르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문화적 다양성. 그 작은 나라 안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살면서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풍경들. 화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차이나타운과 카통, 그리고 서양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홀랜드 빌리지를 둘러봤으니, 이제 아라비안 스트릿 캄퐁 글램(Kampong Glam)과, 싱가포르 속 작은 인도 리틀 인디아(Little India)가 남았다.

 

 

 

 

 

 

오전에 차이나타운에서 쿠킹 클래스를 끝내고 만난 풍경. 첫날 산책한 안 시앙 로드, 케옹색 로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안 시앙/케옹색 쪽은 차이나타운의 싱가포리언 베리에이션 느낌... 이었다면, 이 쪽은 좀 더 전형적인 차이나타운의 느낌.

 

 

 

 

차이나타운 MRT역 입구의 재미난 벽화.

이렇게 온몸으로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이라고 외치는 풍경을 뒤로 하고, 이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캄퐁 글램으로 향할 시간이다.

 

 

부기스 MRT 역에 내려 노스 브리지 로드(North Bridge Road)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차이나타운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또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건물들의 구조는 비슷하지만, 색감이나 장식, 간판 모양 등이 확실히 다르다. 특히 저 간판들은 이태원 어딘가에서 봤을 법한 느낌.

캄퐁글램은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인종들 중에서, 무슬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가까운 말레이시아부터, 말라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이주해 왔고 아랍 상인들도 소수 있었다고 한다.

 

 

 

 

 

조금 더 걸어가면 이렇게 캄퐁 글램의 랜드마크인 술탄 모스크 사원도 만날 수 있다. 생각해 보니, 무슬림 사원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던 듯 하네. 황금빛의 둥근 지붕이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노스 브리지 로드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골목길과 도로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하지 레인으로 향했다. 작고 예쁜 숍이 모여 있는 아기자기한 골목이라고 해서, 커피 한잔 하려고.

 

 

 

 

 

 

 

 

아니나 다를까, 정말 좁은 골목에 별로 길지도 않은데, 개성 만점인 곳들로 가득.

예쁜 소품 파는데도 많았는데 한번 들어가 볼 걸 그랬나.

 

생각해보니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선 뭐 먹고 마시는 거 말고는, 딱히 쇼핑을 안 했네. 물론 무스타파 센터에서 소소하게 몇 가지 집어오긴 했지만... 뭐 지나가다 예쁜 가게를 보고도 "우와, 예쁘다~" 하고 지나치고. 워낙 정리정돈을 못하는 성격이라, 정말 필요한 것 말고는 사지 말자는 주의라서 여행 가서도 뭘 잘 안 사려고 하다 보니까 이번 여행도 그랬다. 그래도 구경이라도 좀 할 걸 그랬어. 구경하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뭔가 좀 아쉽네? 근데 또 그 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내가 그런 거 구경할 때마다 남편이 좀 지루해 했던 것도 같고 해서. (남편, 진실을 알려달라!)

 

 

 

 

 

하지레인에서 가장 화려한 벽화가 돋보이는 가게! 이름도 모르고 그냥 외관이 마음에 들어서 착석했다. 마침 메뉴에 커피도 있었고. 알고 보니 가게 이름이 더 주스 클리닉(The Juice Clinic). 주스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지만, 오후에는 아이스 카페 라떼 한 잔 마셔줘야 하기에... 커피 두잔 시켜서 호로로록.

 

 

 

 

커피 마시면서 눈에 담은 건너편 가게의 모습도 이렇게나 멋지다네.

"여기 정말 힙한 동네예요!!"라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듯 하다.

 

 

 

 

하지 레인 골목의 가장 끝에 있던, 벽화가 화려한 또 다른 가게! 하지레인의 포토스폿이었음. 많은 분들이 요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계셨다.

 

 

 

 

그 다음은 부소라 스트리트(Bussorah Street)를 향해 총총총!

 

 

 

 

술탄 모스크가 정면으로 보이는 골목 양 옆에 작은 가게들이 줄 지어 서 있다. 나도 이런 골목 한가운데서 혼자 서 있는 뒷 모습 남기고 싶어... 근데 현실은... 언제나 옆을 지나가는 다른 누군가가 함께 찍히지 ㅋㅋㅋㅋ

 

 

부소라 스트리트와 맞닿은 또 다른 작은 거리, 머스캣 스트리트(Muscat Street)의 풍경.

 

 

 

 

 

 

 

역시 이 곳도, 무슬림 문화가 싱가포르 특유의 깔끔하고 세련된 옷을 입고 있는 곳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캄퐁 글램은 전반적으로 우리 나라의 이태원을 많이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다. 세련된 느낌의 바/카페도 그렇고, 거리를 장식한 이국적인 느낌의 간판들, 낯선 나라의 음식을 팔고 있는 레스토랑들, 이국적인 의류를 파는 가게들도. 이태원에도 모스크가 있고, 그곳을 중심으로 무슬림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서울 살 때도 그렇고 한 번도 못 가봤는데, 거긴 어떤 느낌이려나 궁금해졌음. 생각해 보면 참 서울도 문화적으로 다채로운 곳이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싱가포르 속의 작은 인도, 리틀 인디아. 한자어로도 小印度인 이곳. 캄퐁 글램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리틀 인디아 MRT 역 밖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맞는 풍경은,

 

 

거리 양 옆에 늘어선 원색의 건물들과, 하늘을 장식한 형형색색의 문양들. 연꽃, 코끼리 등 인도를 연상시키는 것들로 꾸며 놓았다.

리틀 인디아의 중심이 되는 거리는 세랑군 로드(Serangoon Road)인데, 아마 이 길이 그 길이었던 걸로 기억...?

 

 

 

여타 다른 싱가포르의 거리들처럼 리틀 인디아 또한, 말끔한 가운데 예쁜 색의 건물들이 많다.

싱가포르의 노란색, 파란색 택시들과도 묘하게 조화로운 풍경. 거기에 하늘의 장식물까지... 다채로운 색상들로 가득한 리틀 인디아의 거리.

 

가장 먼저 리틀 인디아 아케이드(Little India Arcade)에 들렀다.

 

 

뭐랄까, 아케이드라길래 난 싱가포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몰(Mall) 형태를 상상했는데, 그런 신식 건물이 아니라, 정말 인도 뒷골목에서 볼 법한 약간 작고 후미진 건물이다. (비록 인도는 안 가봤지만...)

난 사실 들어가자마자 조금 무서웠다는....;;; 가게 주인 아저씨들이 다 우릴 빤히 쳐다보는 느낌에,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What do you want to buy? 라고 물어오니 쫄아버렸다. 우리 그냥 구경하러 온건데....

 

여기서 헤나를 해보겠다고 한국에서부터 남편한테 얘기했는데 ㅋㅋㅋㅋ (내가 타투 스티커만 붙여도 양아치라고 하는 남편님ㅠ)

날씨가 약간 꾸물꾸물해서, 헤나가 채 건조되기도 전에 비라도 맞으면... 별로 안 예쁠것 같아 그냥 하지 않기로 했다. 쵸큼 무서워서 빨리 보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나름 독특한 분위기의, 한번쯤 둘러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

딱히 살 건 없다. 그냥 '인도 분위기 느껴본다'고 생각하고 들러볼 만하다.

 

 

 

 

리틀 인디아 아케이드 휘릭 돌아보고, 다시 거리로 총총 나갔다.

무스타파 센터를 향해!!

 

 

한 상점에서 팔던 빈디(Bindi). 신기해서 찍어봤다. 사실, 요 이마에 붙이는 걸 빈디라고 하는지도 처음 알았다는...

 

 

가는 길에 마주친 힌두교 사원.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시간이 아닌 듯 해서 사진만 찍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구글에서 찾아본 이 사원의 이름은

스리 비라마칼리아만 사원(Sri Veeramakaliamann Temple)이었다.

힌두교의 여신 중 한명인, 칼리(Kali)를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검색해 보니 정말 무시무시한 분이심 ㅠㅠㅠㅠ...

 

그리고 무스타파 센터에서 쇼핑했는....데, 떼샷을 남겨놓지 않았군;

진짜 방대한 크기의 마트인데, 온갖 식재료를 비롯해 화장품, 잡화 등 없는 게 없다.

한국인분들도 많이 봤는데, 다들 바구니에 이것저것 한가득....

우린 짐 많이 늘어나는 것도 싫고, (안 그래도 덥고 힘든데, 그걸 들고 어떻게 걸어다녀...) 워낙 뭘 많이 쟁여오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정말 사고픈 것들만 샀다.

 

우리가 사온 것들은:

 

1. 카야잼

식빵을 많이 먹는 우리 친정집에 줄 것, 그리고 남편과 우리집에 두고 먹을 것 2세트.

브랜드는 그냥 아무걸로나 샀...다;;; 패키지 튼튼하고 예뻐 보이는걸로.

캬라멜 맛이랑 판단 맛 먹어봤는데, 판단 맛 잼이 나은 것 같다. 제일 카야잼스럽기도 하고...

 

2. Prima Taste: 락사, 칠리 크랩 소스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락사!! 집에서 해먹고 싶어서 샀고, 전날 맛보고 뿅 반해버린 칠리크랩 소스도 샀다.

소소하게 각각 하나씩만;;;;

하이난 치킨 라이스 소스도 사려다가, 조금이라도 가볍게 다니려고 빼 버렸다.

아직 안 먹어봐서 맛은 평가할 수가 없음....

 

이게 다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참으로 단촐한 것..

락사 해 먹으려고 숙주도 사 놨는데.... 못해먹고 있다. 빨리 숙주가 썩기 전에 먹어야 하는데 말이지...

 

 

 

무스타파에서의 쇼핑을 마지막으로 리틀 인디아 구경도 마치고, 다음 여정지인 클락키로 향했다.

 

차이나타운 근처에 숙소가 있었으니, 하루에 싱가폴 속의 작은 중국/아랍/인도를 다 경험했는데, 각각 뚜렷하게 다른, 특색있는 풍경들이 흥미로웠다. 작은 나라 안에, 이렇게나 다른 문화가 같이 공존하는 것도 신기하고.

 

다채로운 풍경들을 즐기는 게 여행자로서는 굉장히 즐거웠지만, 그 일원이 되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이들은 정말 자기 자신을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이 아닌, '싱가포리언'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싱가포르는 정부와 경찰의 힘이 강한, 다소 경직된 정치 체제를 가진 나라로 알고 있다. 대중 문화와 예술에 대한 통제도 꽤 심하다고.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들을 한데 묶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 같다. 덕분에 안전하고 깨끗한 싱가포르이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지진 않을런지.

 

싱가포르에서 살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알지 못할 일.

어쨌든 여행자로서는 이런 다채로운 풍경들이 즐거울 뿐이다.

내가 그런 부분이 너무 좋다고 하니까, 남편은 "난 그래서 좀 혼란스럽기도 해..."라고 하던ㅋㅋㅋㅋ

 

캄퐁글램과 리틀 인디아 탐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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