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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오기 전 꼭 와보고 싶었던 지역, 카통.

 

싱가포르의 문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다문화'일 거다. 다양한 종교와 고유한 문화를 가진 여러 인종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는 곳. 그리고 그 싱가포르 문화의 근간에는 바로 '페라나칸'이 있다.

 

페라나칸(또는 프라나칸, Peranakan)이란, 말레이 반도로 이주한 중국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가리킨다. 그들이 중국에서 들여온 생활 방식들에 말레이시아 현지의 영향은 물론, 한때 말레이 반도를 통치하던 영국의 영향까지 더해져, 굉장히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싱가포르 가이드북을 보면서 짧게나마 페라나칸에 대한 설명을 읽고, 궁금증이 생겨 구글링을 해 봤는데... 세상에, 화려한 색감에 아기자기한 무늬들이 가득한 그들의 복식, 식기, 건축 양식 등을 보면서 매혹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문화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싱가포르 동부의 카통 지역(Katong District), 그 중에서도 주치앗 로드(Joo Chiat Road)라니, 어머 여긴 꼭 가야 해.

 

전날 공항 셔틀을 타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면서 이 지역을 지나쳤는데, 캄캄한 어둠속에서나마 이 곳의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내일은 꼭 밝을 때 와야지 하고 다짐했었더랬다.

 

 

카통 지역은 MRT로는 유노스(Eunos) 역이나 파야 레바르(Paya Lebar)역을 이용하면 갈 수 있다. 내가 참고했던 Just Go 가이드북에 따르면, "카통 전통 지구 산책은 유노스 역 A번 출구에서 이스트 코스트 로드까지 이어지"며, "프라나칸 문화를 더욱 깊이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주 치앗 로드를 이용할 것을 추천"했다. 우리는 파야 레바르 역에서 내려 주치앗 로드를 따라 이스트 코스트 로드까지 걷기로 했다.

 

 

 

 

가이드 북에서는 유노스역에서 주치앗 로드까지 도보로 약 10분정도 걸린다고 나와있는데, 체감상 좀 더 걸린 것 같았다. 발목 인대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하지 못한 남편이 조금 힘들어 하길래, 중간 중간 쉬면서 천천히 온 것도 있고.

걷다보면 저렇게 JOO CHIAT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는데, 사실 주 치앗 로드를 따라 어느 정도 걸어 들어가서 보였던 듯도 하고...?

 

 

 

 

멋진 건물들로 가득한 카통 지역의 주 치앗 로드.

 

 

 

 

 

 

건물의 색깔은 물론이고, 작은 타일이나 창문 주변, 벽을 장식한 디테일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나는 이 곳을 굉장히 좋아했지만, 사실 남편은 조금 지루해 했던 것도 같다.

나만큼 페라나칸 문화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고, 발목이 아직 다 안 나았는데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도 아팠고, 또 더위를 워낙 많이 타는 체질이라... 좀 힘들어 하는 게 눈에 보였다. 게다가 이 지역은 볼만한 곳이 여기 저기 떨어져 있어서, 많이 걸어다녀야 했던 탓도 있고.

 

MRT 역에서부터 주치앗 로드 시작점까지 걸은 거리도 꽤 길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 버스의 힘을 좀 빌려서 주치앗 로드 한가운데로 뿅 하고 와서 시작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신나서 여기저기 사진 찍으러 다니는 나랑 계속 같이 다녀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남편이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루마 베베랑 카통 앤티크 하우스도 가보고 싶었지만 그냥 들르지 않기로 했다

남편한테 얘기했으면 괜찮다고 그냥 가자고 우겼을 걸 알기에 혼자 조용히 결정 ㅋㅋㅋㅋ

다음에 오면 그땐 꼭 가봐야지.

 

그리고 그 땐, 무작정 걷지 않고 버스라도 탈래... 아님 체력을 비축했다가 아침 일찍 오든가.

이번엔 시간이 애매해서 못 먹은 카통 락사도 꼭 먹어보고!!!

 

 

 

 

 

 

 

 

 

 

 

우리가 주 치앗을 방문했을 때의 시간이 5시 즈음 된 시각이었던가. 아직 밝지만, 한낮보다는 해가 많이 기운 시간.

땅에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공기속엔 한낮의 뜨거움이 아닌, 늦은 오후의 따스한 빛이 가득한 때.

그리고 그 따스한 빛과 함께 거리를 수놓는, 다양한 색깔의 건물들.

아주 쨍-한 색들이 아닌 파스텔톤의 건물들이라, 더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파란 하늘과, 따뜻한 오후의 빛과, 사랑스런 색감의 건물들로 기억될, 주 치앗 로드. 

 

 

 

 

 

 

 

 

Full of lights, full of colors-

Katong & Joo Ch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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