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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다! 하계 휴가.

나같은 보통의 직장인이 1년에 한번 길게 쉴 수 있는 기회이자, 멀리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시기, 하계 휴가.

1년동안 이 때만 기다리면서 일한다-_-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중한 기간.

 

올해 하계휴가 여행지로 싱가포르를 고른 이유는,

1) 비교적 근거리 여행지라 항공요금 부담이 적다. 작년/재작년 하계휴가를 뉴질랜드/영국으로 간지라... 2년 연속으로 너무 여행에 지출이 큰 것 같아서 올해는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2) 관광을 즐길수 있는 곳으로! 작년 신혼여행부터 시작해서 주로 휴양지 위주로 다녔고... 작년 하계휴가지인 뉴질랜드도, 드라이빙하면서 뉴질랜드 자연 구경하고 유유자적하는 여행이었기에, 이번 여행은 빡시게 관광하는 도시로 한번 가보자!

3) 최근 동남아시아의 도시들에서 테러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는 만큼, 안전한 곳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했다. 사실 테러나 범죄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거지만, 그래도 치안이 좋은 나라일수록 확률적으로 안전하니까.

 

아마도 세번째 이유가 싱가포르를 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 같다.

 

Welcome to Singapore! 창이공항에서 우리를 반기는 첫 풍경.

 

 

일정은 6박 8일로 계획했고, (토요일 저녁에 떠나 그 다음주 토요일 아침에 도착하는 일정)

6박 8일 내내 싱가포르에만 머물렀다.

싱가포르 6박 8일로 간다고 했을때, 주변에서 많이 들은 얘기가

"거기서 그렇게 길게 있을만큼 볼게 있나?" / "말레이시아는 안 들러?"

심지어 싱가포르인과 결혼한 동료마저도 너무 긴 것 아니냐는 반응 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6박 8일이면 지인짜 여유로울줄 알았지. 그런데 웬걸? 정말 6박 8일 꽉꽉 채워서 놀러다녔다.

게다가 이런 빡센 관광이 오랜만이라 매일 저녁 넉다운.

우리 둘 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온 것에 감사하면서 ㅋㅋㅋㅋㅋ

 

다녀와보니 싱가포르는,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나름의 즐길 거리가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쇼핑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쇼핑의 천국, 미식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또 먹거리의 천국,

휴양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센토사 섬의 비치와 리조트들이 있고,

규모는 별로 크지 않지만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있고,

아이들이 가기 좋은 동물원/새 공원/아쿠아리움도 있고,

카지노도 있고, 도심은 깔끔하고 예쁜 건축물도 많고...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도 있고...

딱 "싱가포르는 XX의 정수(精髓)다!"라고 할 만한 건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 없이 두루두루 괜찮고, 또 그 모든 걸 즐기기 위한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어서 편리하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점은, 참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

지리적으로 가까운 말레이시아의 영향, 화교들이 들여온 중국 문화, 그리고 영국의 식민 지배 하에 있을 때 받아들인 유럽의 영향까지...

여러 문화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는데, 이 부분이 이 도시를 참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또 시작도 하기 전에 서론이 길어졌네. 이러다가 시작도 못한 여행 일기가 몇개...

이번 여행은, 시간 날때마다 짧게짧게라도 꼭 다 기록해두기로 다짐하면서- 첫 여행기 시작!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새벽, 12시가 넘은 시간에야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창이공항 입국 심사가 겁나 빠르고 신속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어서 기대했는데... 이미 시간이 늦어 졸려서 그런지, 다른 공항이랑 비슷한 것 같던데...? 물론 느린 편은 절대 아니지만.

 

 

호텔 가는 셔틀 안에서 이렇게 지도 보다가 잠드셨던 남편님...

 

 

공항에서 호텔 가는 건 Airport shuttle을 이용했다. 그냥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마침 셔틀도 다음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기에.

남편은 피곤했는지 곧 잠들었지만, 나는 드디어 낯선 곳에 도착했다는 설렘에 눈이 똘망똘망, 어둠에 잠긴 싱가포르의 밤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싱가포르의 첫 인상은 '굉장히 깔끔하다'는 것. 잘 정비된 도로와 새로 지은 건물들... 더운 날씨와 야자수는 여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다를 게 없었지만, 도시의 깔끔함은 남달랐고, 어딘가 모르게 서울과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셔틀을 타고 호텔에 도착한 건 현지 시각으로 1시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어차피 조식 불포함으로 예약했으니 푹- 쉬고 내일 눈 떠지면 돌아다니자, 하면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9시가 넘은 시각까지 뒹굴거리다 어슬렁 어슬렁 이 날의 일정을 시작하러 호텔 로비로 나갔다.

우리가 첫 3박동안 묵었던 오아시아 호텔 다운타운. 전날은 어두워서 못 본 로비 풍경도 눈에 담고!

오아시아 호텔 다운타운은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해 있다. 탄종 파가 MRT 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서 교통도 편리하고, 차이나타운 가기도 좋고, 새로 지은 호텔이라 시설도 깔끔하고! 여러 모로 괜찮은 호텔.

 

 

밝을 때 마주한 싱가포르의 첫 풍경.

동남아시아 다른 도시들이랑 비슷한 느낌도 있으면서, 참 깔끔하다.

여행 첫날, 맑은 하늘과 내가 좋아하는 키 큰 야자수들이 즐비한 풍경에 설렘지수 업 업.

 

 

차이나 타운 초입.

처음 싱가포르 가기로 정하고, 이 곳에 대한 정보를 거의 몰랐을 때... 남편이 "웬 차이나타운? 여기까지 가서 차이나 타운을 왜 가?" 했었는데... 알고보니 싱가포르 여행 거점 중 하나였다는ㅋㅋㅋㅋ 하긴 싱가포르 인구의 대부분이 화교라고 하니, 차이나타운을 빼고 싱가포르의 문화를 논하기 어렵겠지.

그리고 이곳의 차이나타운은 내가 지금까지 가본 여타 차이나타운과 다르다. 그냥 붉은색, 황금색 촌스러운 간판과 대륙스러운 장식들이 가득한 차이나타운을 상상한다면... 삐빅, 틀렸습니다요!!!

 

 

 

초입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

독특한 양식의 건물들이 눈길을 끈다. 건축 양식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는지라 전문적으로 분석하지는 못하지만... 양 옆이 좁은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는 건 유럽 같기도 하고, 창문의 형태도 뭔가 유럽의 영향을 받은 것 같고... 저렇게 건물 1층을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서 통로로 쓰는 건 갑작스러운 비가 종종 내리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많이 본 듯한 양식이고. 차이나타운, 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빨간색, 금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으로 가득한 거리의 풍경.

 

 

 

어떤 골목 모퉁이를 돌면, 뭔가 우리 나라의 근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도 있고, 유럽 느낌 물씬 나는 건물도 보이고.

 

 

그리고 또 이렇게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면, 다시 다양한 색과 중국어가 가득한,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싱가포르에는 '페라나칸(또는 프라나칸, Perankan)'이라고 하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

페라나칸이란 말레이시아로 이주한 중국인들을 가리키는데, 이들이 가지고 온 중국의 생활 방식들이 말레이시아 현지의 영향을 받아, 페라나칸만의 독특한 문화가 되었다.

이 페라나칸 문화를 가장 강하게 느낄수 있는 곳이 바로 싱가포르의 동쪽에 있는 카통(Katong)과 주치앗(Joo Chiat) 지역인데, 차이나타운에도 그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나는 싱가포르 오기 전부터 이 페라나칸이라는 문화에 관심이 생겼기에 카통과 주치앗도 방문할 계획을 세웠었고, 이 날 오후에 방문했다.)

 

 

 

벽의 낙서들마저 새롭게 들여다 보게 되는, 여행자의 시선.

 

 

 

이날 싱가포르에서 먹은 첫번째 음식은 바로 동아 이팅 하우스(Tong Ah Eating House)의 카야 토스트.

싱가포르에서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음식들 중 하나 ㅋㅋㅋㅋ

우리 나라 사람들에겐 야쿤 카야토스트하고 토스트박스가 더 유명한 것 같지만, 배가 고픈 우리에겐 너무 멀었기에... 우린 가까운 동아 이팅 하우스로 갔다.

알고 보니 이 곳도 싱가포르의 가장 오래된 코피티암 중 하나라고. 현지인들이 오히려 많이 찾는 곳이라는...

위 사진에서, 입구에 노란색 천막같은 데 한자로 동아(東亞)라고 쓰여진 곳이, 동아 이팅 하우스.

 

 

내부는 이렇게 굉장히 소박하다.

그리고 사장님처럼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돌아다니시면서 주문도 받아주시고 음식도 갖다 주시는데... 굉장히 쿨하심 ㅋㅋㅋㅋㅋ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이 곳에 일하시는 다른 분들도 모두. ㅋㅋㅋ 딱히 친절하진 않지만 뭐, 이런 곳에서 대단한 서비스를 기대하진 않으니까요.

 

 

메뉴판! (저 그림의 아저씨가 사장님 젊으실 때인듯..?)

이곳의 대표 메뉴는 엄지 척 표시가 되어 있는 Crispy Thin Toast Kaya.

바삭한 빵 사이에 샌드된 버터와 달달한 잼의 조화가...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맛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여기는 다른 카야토스트 집과 달리 저 유달리 바삭한 빵이 특징이라고.

 

우리는 Crispy Thin Toast Kaya가 포함된 Combo B하고, Traditional Kaya Toast와 Steamed Bread with Kaya를 단품으로 시켰다.

Combo를 시키면 살짝 익은 삶은 달걀 2개가 같이 나오고, 음료를 하나 고를 수 있는데, 우리는 핫초코인 Milo를.... (사실 나머지는 뭔지 몰랐어서;;;;;)

Kopi가 동남아식 커피인 건 알아서 한번 먹어보고 싶기도 했는데, 그냥 Kopi하고 Kopi-O하고 Kopi-C를 구분하질 못해서..ㅠㅠㅠㅠ

나중에 또 먹어볼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흑흑. 슬퍼...

 

 

 

저 맨 오른쪽에 보이는 게 Crispy, 가운데 있는게 traditional. 

참으로 소박한 비쥬얼이지만.... 맛있엉.

 

 

 

 

 

사실 첨엔 두개만 시켰다가 모자를 것 같아서 하나 더 시킨 Steamed 버젼.ㅋㅋㅋㅋㅋ

먹어보니 세개 다 맛있긴 한데, 역시 가장 맛있는 건 Crispy 버젼이다. 츄릅...

카야잼도 사왔는데, 집에 토스트기가 없어서 ㅋㅋㅋ 저 바삭한 식감이 구현이 안 되네. 완벽한 맛을 위해 토스트기를 사야하나 하고 있음...

 

 

 

동아 이팅 하우스는 차이나타운의 케옹색 로드(또는 케옹 사이크 로드, Keong Saik Road)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론리 플래닛에서 2017년, Top 10 Places in Asia로 선정된 곳인데...

론리플래닛에 따르면, 이 거리는 한때는 범죄가 만연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개성 넘치는 숍과 레스토랑이 가득한 가장 힙한 거리로 변모했다고 한다.

론리플래닛에도 그렇고, 이 케옹색 로드가 언급될 때 가장 많이 보이는 게 바로 이 건물 사진인데, 포테이토 헤드(Potato Head)라는 루프톱 칵테일 바다. 1층에 쓰여진 '동아'라는 한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여긴 원래 동아 이팅 하우스가 있었던 곳. 지금은 포테이토 헤드에 자리를 내 주고 건너편 건물로 자리를 옮겨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지역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한 때 이곳을 지키던 오래된 가게들이 모두 새로운 가게들에 자리를 내주었다고 하는데...

동아 이팅 하우스는 그래도 아직 케옹색 로드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저 붉은 '동아'라는 한자가 아직 새겨진 건물에, 소박한 토스트 가게를 밀어내고 자리잡은 화려한 루프톱 바를 보니...

차가운 도시의 모습은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구나,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달까.

 

 

독특한 사원도 보이고.

 

 

 

 

이제 차이나타운 MRT 역으로, Tourist Pass 사러 가는 길.

 

 

 

 

 

참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차이나타운.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사실 이 날은 늦은 아침 먹으러 간 거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아직 열지 않아서 가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이 근처에서 3박을 하는 터라 이후에도 가볼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지내보니 일정이 빡빡해서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쉽다.

또 이 곳은 밤에 더 활기차고, 즐길 게 많은 곳인데....

우리는 워낙 낮에 뽈뽈거리고 돌아다니고, 밤에는 체력 방전돼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타입들이라-_-;;; 나이트라이프는 요원한 여행자들입죠 ㅋㅋㅋ 나름 밤에도 놀기 좋은 곳이라 이 곳을 숙소로 택한 것도 있는데, 놀 체력이 남아 있어야 말이지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다음에 또 싱가포르 가볼 기회가 생기면 이 지역에서 좀 더 여유롭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나가면서 건물과 거리 모습만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아쉬워.

 

 

 

이런 타일 무늬마저 눈길을 끄는, 영감이 흘러 넘치는 거리, 차이나타운.

 

 

 

싱가포르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다시 찾을 곳.

남편이 찍어준 내 뒷모습으로 포스팅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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