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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는 밀리더라도, 공연 후기는 밀리지 않는다!!! 금요일에 관람하고 온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후기.



각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투어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 연말에는 대부분 서울에서 공연을 하고, 그 전에 여기 저기 지방 공연을 올리는데, 국립발레단의 이번 시즌 첫 호두까기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여수에서 막을 올렸다. 덕분에 호두를 까기에는 살짝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아직 12월도 안 된 지라...) 국립발레단이 몸소 여수까지 온다니! 티켓 오픈 날 잽싸게 예매를 마쳤다.



호두까기 인형은 아마 어렸을 때 아이스 발레로 한 번 봤던 것 같다. 너무 어렸을 때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래도 뭔가 호두까기인형 특유의 환상적이고 동화같은 분위기, 무용수들의 아름답고도 비현실적인 움직임에 대한 인상은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리고 호두까기인형의 음악은 어렸을 때 집에서 비디오로 지겹도록 봤던 '판타지아'에 나왔던지라 익숙하다.



내가 완전 어렸을 때니까 나온 지 20년 이상 지났을텐데, 지금 봐도 놀라운 상상력과 영상미다. (지금 찾아보니 1940년 작품이었다. 헐......) 영상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음악들을 들으면 그 때 비디오에서 봤던 이미지들이 다 떠오를 정도. 주로 꽃, 요정, 물고기가 등장하는 이미지들이었는데 정말 예쁘고, 동화적이고, 환상적이었다. (지금 봐도 그러함)


이렇게 나름 인연이 있는(?) 호두까기 인형인지라, 그 오리지널인 발레는 어떠할지가 예전부터 너무 궁금했었다. 그리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지...




11. 23. (금) GS 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마리: 한나래 / 왕자: 김기완



그런데 국립발레단... 아무리 그래도 공연이 금요일인데, 캐스팅을 수요일에 알려주는 건 조금 너무하지 않아요ㅠㅠ?? (그것도 주역 캐스팅만???) 지방 공연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지방 관객으로서 좀 섭섭하네요. 그리고 상세 캐스팅은 영원히 모르고 지나가야 하는건지..ㅠㅠ 나중에 홈페이지에라도 올려줬으면 좋겠는데, 어떤 무용수분이 어떤 역할을 하셨었는지 궁금하다고요! 아직 국립발레단 무용수분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게 아니기에... 얼굴을 일일이 다 기억해 놓을 수도 없고 참...


아무튼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여러가지 버젼이 있지만, 국립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볼쇼이 발레단의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 (그래서 난 당연히 sugarplum fairy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안나와서 당황함...;;)



#자리

자리는 B구역 4열 중간자리! 생각보다 무대랑 가까워서 무대가 한 눈에 안 들어오는 게 좀 아쉬웠다. 다음에 보게 되면 한 10열정도로 해야 할까봐... 그래도 무용수분들 한분한분 자세히 볼 수 있는 건 좋았다.


커튼콜 사진! 예쁘다아아 +_+ 정말 환상의 나라....



#1막


어린 마리 역할을 김나연님께서 소화하셨는데, 나는 솔직히 김나연님인줄 몰라봤... 내가 국립발레단에서 이미 얼굴을 아는 (몇 안되는) 무용수분들 중 한명이었는데, 내 기억속에 나연리나는 약간 차도녀 뿜뿜 이미지였는데.... 어린 마리 역할 할 때 너무 귀엽고 앳돼 보여서, 한참 어린 다른 무용수가 하는 줄 알았다. 아무튼 너무 귀엽게 잘 소화하신 것 같다. 연기도 잘 하시고!+_+


이런 저런 인형 역할로 많이 등장하는 무용수분들, 다들 인형처럼 뻣뻣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재미있었지만 누구보다 인상적인 건 바로 호두인형! 어린 친구가 너무 잘 소화한 것 같아서 박수 짝짝짝~


드롯셀마이어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코믹하면서도 귀여운 연기가 돋보인 1막이었다. 그리고... 나래리나하고 기완리노가 언제쯤 나왔더라..-_-;; 아 내 몹쓸 기억력... 생쥐군단 물리치고 나왔던가요...? 아무튼 기완리노님은 정말 왕자님이신 줄 알았다. 너무 멋있...어.... (남편한테 너무 멋있다고 얘기했더니 조금 질투한건 비밀) 어쩜 그렇게 우아하고 멋질 수가 있나요... 심지어 잘.. 잘생...

마리의 꿈속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눈이 덮인 크고 하얀 트리가 나오고,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한 게 바로 눈송이 왈츠! 정말 눈송이들처럼 하얀 옷을 입은 발레리나들이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2막의 꽃의 왈츠가 쪼오끔 더 좋았지만, 눈송이 왈츠도 아름다웠다는!!!



#2막


사실 나는 호두까기 인형에서 마지막 주역들의 파드되만큼이나 기대했던 게 각 나라별 인형들의 캐릭터 댄스였는데, 이 부분은 생각보다 지루했...다... 남편은 급기야 졸더라는.. ㅋㅋㅋㅋ (그래그래, 안그래도 발레 그렇게 관심이 많은것도 아닌데 일하고 바로 달려와서 보니까 얼마나 피곤했겠어..) 그래도 중국인형은 귀여웠고, (특히 남자분) 중국인형 하신 분들 어쩜 몸이 그렇게 가벼워요? 그리고 아라비안 댄스는... 좀... 의상을 바꿨으면 좋겠..다... 우리 잘생기고 예쁜 무용수분들을 어떻게 그렇게..ㅠㅠ 이 날 아라비안 댄서 중 남자분이 이재우 발레리노셨던 것 같은데, 좀 컨디션이 안 좋으셨던건지... 살짝 힘들어보이셔서 조마조마했지만... 그 긴 음악동안 여자 무용수 계속 들어올리시느라 얼마나 힘드셨겠어요...ㅠ


그리고 나서 꽃의 왈츠! 꽃의 왈츠는 정말 대박이었다. 중간에 몇번이나 벅차오를 정도로 진짜 너무 아름다웠으니까. 특히 나는 중간에 발레리나분들이 다같이 아라베스크였나 팡쉐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같이 정확한 타이밍에 같은 각도로 다리를 드니까.... 안그래도 (내 생각에) 발레에서 제일 라인이 아름다운 동작인데, 정말 눈물 날 뻔했음... 발레리노분들도 너무 우아하고 멋졌고요. 다음엔 2층 자리에서도 한번 보고싶다. 1층 내자리에서도 멋있었지만, 2층에서 보면 대열이 더 잘 보여서 더 멋질 것 같다!



그리고 이제 호두까기인형의 대미라고 할 수 있는 주역들의 그랑 파드되! 나래리나 참 깔끔깔끔하고 정확했다. 그리고 김기완 왕자님.... 정말 다시 한번 감탄... 저분은 왕자가 될 상이라며..(?) ㅋㅋㅋㅋ 손끝까지 우아하다는 게 뭔지 처음으로 느꼈어요.





#뒷이야기


남편이랑 돈키호테 두번 보고 (UBC, 마린스키) 세번째로 본 발레 공연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남편이 졸았다! ㅜㅜ 아무래도 작품 자체가 아이들을 위한 거라서 그랬는지 좀 유치하고 지루하게 느꼈던 것 같다. 나중에 남편이 말하길, '돈키호테에서 막 투우사들이 망토 휘날리고 멋있는 춤 보다가 여기서 인형 나오고 있는 거 보고 있으니까 지루했다'면서.. ㅠㅠ 하긴 돈키호테가 워낙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긴 하다.


공연보러 가니까 어린이들이 많아서 시끄러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공연 보니 아이들은 조용하고... 어른들이 더 떠들..... 공연 감상은 공연 끝나고 얘기합시다. ㅠㅠ TV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큰 소리로 잡담을 나누시면 공연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막 중간쯤 가면 괜찮은데 중간중간 장면 전환될 때나 처음 막 올랐을 때... 너무 심했어요..ㅠ


끝나고 깜짝 싸인회가 있었지만 남편도 피곤해하고 할일이 많았던지라 빨리 들어와야했다. ㅠㅠ 기완&기민님의 싸인을 둘 다 이렇게 놓치다니.... 다음엔 기회가 있겠지...?



따로 프로그램북은 없었고, 줄거리랑 주역 캐스팅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브로슈어가 준비되어 있었다. 뭐 프로그램북까지는 기대 안하는데, 캐스팅좀....ㅜㅜ 다음번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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