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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0일



발칙한 영어 산책

- 빌 브라이슨


이번 독서모임 책은 "발칙한 영어 산책", 제목만 보면 영어 공부법에 대한 책일 것 같은데, 부제는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이다. 영문 제목은 Made in America: An Informal History of American English. 미국에서 쓰이는 영어 단어나 표현들의 기원을 따라가며, 미국 역사의 '민낯'을 흥미롭게 파헤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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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인디언 학살에 대한 에세이를 읽은 것 말고는, 미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한 책은 처음이었다. 워낙 전세계적으로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영향력이 큰 미국이기에, 그들의 문화 일부를 우리 생활 속에서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오늘날의 미국이 있기까지 그들이 그려온 역사적인 궤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미국의 역사를 신대륙 발견 - 미국 건국 - 남북 전쟁... 순서의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여러 흥미로운 사실들(그 중 상당수는 기존의 통념과 배치되는 것들)을 엮어 나가면서 이야기 해 주듯이 이끌어 나가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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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참 번역하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너무 자주 보이는 번역 투의 문장들이 살짝 거슬렸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재치 있는 작가가 쓴 글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번역가의 고민이 느껴졌다. 이 책으로도 그의 글이 가진 매력을 느낄 수 있긴 했지만, 한글로 번역하면서 100% 전해지지는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책의 주된 소재가 영어라는 것도 한 원인이 된 것 같다. 이건 번역하시는 분의 능력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그 누가 번역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궁금증에 아마존에서 ebook 샘플을 찾아서 원문을 읽어 보았는데, 예를 들면 원문에서

"California commemorates a Queen Califia, unspeakably rich but unfortunately non-existence. / Brazil and the Antilles recall fabulous, but fictitious, islands."

라는 운율도 있고 재미있는 문장들이, 번역되면서 어쩔수 없이

"캘리포니아는 어마어마하게 부자였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캘리피아 여왕을 기념한다. / 브라질과 앤틸리스는 터무니없고 허구적인 섬을 가리킨다."

라는 평범하고 어딘가 어색한 문장이 되어 버려 아쉽다.


그리고 원문에서는 두 번째 챕터에 독립선언서 원문을 싣고 그와 함께 지금은 사라진 옛 영어의 규칙들(문법, 발음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통째로 생략되어 버렸다. 예전에 동사 뒤에 -th를 붙이던 관습이 오늘날 -s로 바뀌았가는 내용을 포함해서. (킹스맨의 manners maketh man이 생각나는 순간ㅋㅋㅋ)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과연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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