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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발레를 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레 전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발레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내가 수업시간에 잘 못하고 버둥거리던 동작들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보고, 그러면서 이런 저런 작품 영상들도 접하게 되고, 아니 이거 내가 배운 그 동작이네, 수업시간에 들었던 음악이네, 근데 내 모습이랑은 사뭇 다르네? ㅋㅋㅋㅋㅋㅋ 너무 아름답고 예쁘다~ 하면서 감상하고.... 하다보니 발레 공연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


마침 그런 생각이 막 피어나기 시작할 때 즈음,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 티켓이 오픈했고, 주저 없이 예매했다. '돈키호테'는 내가 보고 싶어서 점 찍어놓은 공연들 중 1등이었기 때문에 ㅋㅋㅋ


많은 작품들 중 돈키호테가 가장 보고 싶었던 이유는,

1. 무엇보다 음악이 좋았다. 물론 좋은 발레 음악들 정~말 많지만, 유독 돈키호테 음악들은 내 취향이랄까. 뭔가 발랄하고 활기찬 느낌이 좋았다.

2.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일단 스토리가 슬프거나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고 즐거우니까. (드라마도 좀 유치하더라도 웃긴 걸 좋아하는 1인... 막 슬프고 울고 이런 거 나까지 머리 아파서 싫엉;)

3. 볼거리가 많고 화려하다. 나는 남편과 같이 보러 가는 거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남편은 발레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그런 남편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공연이어야 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발레 동작들도, 처음에야 '우와~' 싶겠지만, 관심 없는 사람이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고 지루함을 느끼기 십상이니까.ㅠ 아무래도 돈키호테는 발레뿐만 아니라 스페인 민속춤을 비롯한 캐릭터 댄스들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동작들 자체도 화려하고 난이도가 높은 편이니, 발레를 전혀 모르는 남편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이유들로 선택한 돈키호테. 역시나 공연은 너무 즐거웠고, 또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남편도 재미있게 봐 줘서 고맙고 뿌듯(?)했다. 남편이 (아무리 지루하지 않은 편에 속하는 돈키호테라지만) 얼마나 즐겁게 봐 줄지, 혹시나 졸지는 않을지; 걱정했었는데... 발레 공연 어땠냐 묻는 친구에게 '생각보다 되게 재미있었고, 신기했다'고 말하는데 어찌나 고맙고 기쁘던지 :)





#공연 시작 전


일찍 도착해서 티켓 받고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충무아트센터는 처음 와봤다.


공연장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남편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아무래도 관객들 중에 발레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을까?" 라고 묻기에 "뭐...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도 많을걸? 발레 하는 사람들은 일단 아우라가 달라서 바로 티가 날거야"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공연 시작 전 유지연 부예술감독님이 나오셔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해 주셨었는데, 남편이 "우와 저 누나(;;;) 되게 연예인 같다~"고 하길래 "저런 사람이 발레 하는거야"라고 했더니 바로 이해하더라는. ㅋㅋㅋㅋㅋㅋ 너무 우아하시고, 설명도 너무 좋았다. 돈키호테의 줄거리, 캐릭터 댄스와 클래식 발레의 차이점, 간단한 마임 동작 등등... 나중에 남편도 "그 설명 없었으면 이해 못할 뻔한 것들이 많았는데 설명이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자리는 2층 3열이었는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자체가 관람석 단차도 적절하고 관람석이 앞줄 사이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공연 보기 괜찮은 것 같다. 난 1층을 할지 2층을 할지 고민하다가 군무를 한눈에 보기에는 2층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2층으로 ㅋㅋ 1, 2열은 기둥이 시야 가릴 수 있다고 해서 3열로. 1, 2열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3열은 시야 가리는 것도 없고, 잘 보이고 좋았다.



#1막


막이 오르고 익숙한 음악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돈키호테 아저씨가 모험을 떠나는 장면이 짧게 나오고 바로 광장 씬. 이어서 키트리가 등장해서 막 그랑 쥬떼로 무대를 누비는데 갑자기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날 뻔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서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춤을 추고 있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감개무량해졌달까;; 이날의 키트리는 김유진 발레리나였는데, (크라시우크 예카테리나 부상으로 캐스팅 변경) 무려 만 17세의 최연소 발레리나. 막 끼쟁이! 이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귀엽고 앳된 느낌이 키트리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이동탁 발레리노도 멋졌다. 기량이야 두분 다 워낙 뛰어나시니 말할 것도 없고, 두분의 케미스트리가 마음에 들었다. 자기 잘생긴 거 아는(?) 바질 오빠랑, 어리고 순수하고 귀여운 키트리 느낌이랄까 ㅋㅋ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많아서, 유튜브에서 영상으로도 많이 봤던 1막. 바질/키트리는 물론이고, 돈키호테랑 산초, 가마슈의 감초 같은 연기 덕분에 엄청 웃으면서 즐겁게 봤다. 다들 어쩜 그렇게 연기를 귀엽게 잘 하시는지.... 춤도 잘 춰야 하고 연기도 잘 해야 하는 발레. 어렵다 어려워 진짜 ㅋㅋㅋㅋ


발레리나/리노들의 화려한 춤사위 감상하랴, 깨알같은 연기 감상하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1막. 남편도 웃으면서 즐겁게 봐줘서 좋았다는 >_< 인터미션때 김유진 발레리나 찾아보더니, 무대 볼 땐 몰랐는데 프로필 사진 보니 완전 애기라고 감탄감탄 ㅋㅋㅋ



#2막

난 2막은 사실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제일 좋았다!!! 일단 초반부에 집시 춤이 너무 멋져서 1차 감탄. 저런 춤도 배워보고 싶어... 물론 내가 추면 저런 포스는 나오지 않겠지만 말이다 ㅋㅋㅋㅋㅋ




2막의 줄거리는, 돈키호테가 풍차에 맞고 나서 정신을 잃은 후, 꿈 속에서 요정들의 춤도 보고 연모하던 둘시네아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 '발레와 요정이라니, 이 얼마나 식상한 조합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공연을 실제로 보고 나서는 '그래, 요정이랑 발레 조합이 괜히 클래식한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합니다. 다들 진짜 요정 아니세요?ㅠㅠ 군무도 진짜 예뻤고, 요정여왕/큐피드/둘시네아 셋이 연속으로 내 맘을 홀렸다...;;; 각각의 variation들도 다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ㅜㅜ 예쁘다는 말 정말 식상하지만, 정말 저런 예쁨이 존재할 수 있구나 싶어서 예쁘단 말 계속 남발하게 되더라는. ㅎㅎ 음악도 다 너무 예쁘다. 요즘은 이 세 곡만 매일 반복 재생중.ㅋㅋㅋㅋ


난 특히 큐피드 역할 하셨던 성사미 무용수가 눈에 들어왔는데, 캐릭터 자체도 귀여웠고 무엇보다 셰네를 너무 예쁘게 도셔서 인상적이었다. 진짜 요정처럼 무대를 가로지르던 그 예쁜 셰네를 잊을 수가 없다. 프로그램북도 안 샀었는데 큐피드 누군지 궁금해서 홈페이지 들어가서 찾아봤다는; 저번 주말에 공연 보고, 월요일에 발레 수업시간에 바 하는데 선생님이 옆에 오셔서 자세 잡아주시면서 "큐피드처럼~" 이라고 하셨는데, 갑자기 성사미님께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웃음이 나왔다는 -_-;;; 선생님도 나랑 같은 타임에 같은 공연 보셨었는데.... 나처럼 큐피드를 인상깊게 보셨던 걸까 ㅎㅎ (수업중이라 여쭤보지는 못함;)


그리고 요정여왕님의 이탈리안 훼떼... 이 동작은 볼때마다 신기하고 너무 예쁘다.ㅠㅠ 이 생을 사는 동안 저 동작 한번 예쁘게 해보는게 소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언제쯤이나 배울 수 있을런지... 아득하다 아득해 ㅋㅋㅋ



이탈리안 훼떼는 1분 30초에 나옴. 근데 요 variation은 음악이 정~말 예쁜 것 같다. 돈키호테 전체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악 등극해버렸엉...ㅋㅋㅋㅋ


남편의 평은 2막이 가장 자기가 상상하던 발레 같았다는 느낌. 근데 발레와 요정, 이 조합이 자기 생각하기에는 뻔해서 그렇게 큰 임팩트는 없었다고 합니다. 나는 그 뻔함을 넘어서는 아름다운 음악과 발레리나들의 춤이 너무너무 좋았는데 말이다.ㅋㅋㅋ



#3막

가장 화려한 3막.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 판당고 진짜 너무 멋졌다. 정말 돈키호테는 발레도 발레지만 다양한 춤 보는 매력이 장난 아닌 것 같다.

3막에서 키트리는 (결혼식이라 그런지?) 흰색 의상을 입고 나왔는데, '그래도 키트리는 레드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ㅋㅋㅋ 그리고 3막의 하이라이트, 키트리 & 바질 그랑 파드되!


화려한 테크닉도 많이 나오고 신나는 파드되. 하지만 내 최애 부분은 의외로(?) 아다지오였다. 




공연 이후 발레 선생님이 바 할 때 바뜨망 땅뒤 음악을 요 파드되 아다지오 음악으로 바꾸셨는데, (3분 15초부터 나오는 느린 음악) 할때마다 공연 생각도 나고 좋다 히히히. 난 돈키호테의 신나고 빠른 음악들과 춤을 좋아했었는데, 실제로 돈키호테 보고 나니 이런 느린 음악들이 나오던 장면이 더 좋았고 기억에 남는다.


발레 선생님 말씀으론 마지막에 김유진 발레리나가 훼떼 돌다가 살짝 삐끗했다던데 난 전혀 몰랐음... 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사람 아직 보는 눈이 없나봐요. ㅋㅋㅋ 남편도 몰랐다던데... 허허허



커튼콜때 사진이라도 남길까 하다가 어차피 잘 안나올거 같아서 박수나 열심히 치자 했는데, 그래서 공연장 사진이 하나도 없네 ㅋㅋㅋㅋ


흥겹고 즐거운 흐름 덕분에 150분이 진짜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음에 다른 캐스팅으로도, 다른 발레단 공연으로도 또 또 보고싶은 돈키호테 :)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클래식 발레부터 캐릭터 댄스, 무용수들의 화려한 테크닉, 익살스러운 연기와 재미, 그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인 것 같다. 무엇보다 진짜 음악이 너무너무 좋다. 밍쿠스 이 사람 진짜 천잰가봐... 빠른 음악은 빠른음악대로 신나고, 느린음악은 느린음악대로 너무 예쁘고... 근데 왜 난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밍쿠스를 들어본 기억이 없을까나-_-...? 음악이 이렇게나 좋은데! 하반기에 또 라 바야데르 하던데 그걸 보러 가야 하나 싶다. 헤헤헤헤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던 돈키호테 관람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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