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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Cali!

 


깔리에서는 거의 일만 하느라, 회사-호텔만 왔다 갔다 해서 현지 구경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차장님과 대리님이 위험하니까 혼자서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호텔로 돌아와서는 밖으로 거의 나가지를 않았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돌아와서는 거의 바로 쓰러져 잤다.)


그래도 나는 택시로 이동하면서, 창 밖으로 보는 깔리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아, 택시 아저씨는 나를 공항에서 픽업해 준 그 분이셨다. 콜롬비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지만, 깔리도 시골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호텔이 있는 부근이 가장 번화한 곳이었을 거다.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드넓은 사탕수수 밭이 펼쳐졌다.

 

 

 

이런 풍경이 나올 때마다 차장님은 “이거 봐, 유기사. This is Cali!”를 외치셨다. 그러면서 내게, 사탕수수 앞에서 사진 한번 찍으라고 하셨는데, 그러진 못했네??

콜롬비아의 도로는 무법천지(?)같은 느낌이다. 차들이 운전을 험하게 하기도 하고, 차선이 없고, 무엇보다 오토바이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다. 나는 무서워서 뒷자석에 앉아서도 꼭 안전벨트를 맸는데, 차장님께서는 “괜찮아, 내가 4년동안 여길 다녔는데, 사고 절대 안나. 여기는 이래 보여도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나라야.” 라고 하셨...는데 마침 사고가 났네? ㅋㅋㅋ 내가 탄 택시가 옆에 있던 차와 접촉 사고를 일으켰다. 차장님도 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시며, 신기한 경험 하는 거라고...

 

 

 

 

 

 

 

 

 

콜롬비아의 음식

 

나는 이 곳 출장이 처음이었지만, 차장님은 워낙 깔리를 비롯한 남미를 자주 왔다 갔다 하셔서, 상당한 노하우가 있으셨다. 특히 식사를 할 때 유명한 로컬 음식이나 음료 등을 많이 추천해 주셨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Granadilla(그라나디쟈). 내가 찍어온 사진은 없지만 요렇게 생겼다.

 

 

출처: Wikipedia, Passiflora ligularis (Granadilla)

 


약간 석류과(?)의 과일인데, 씨가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고 달콤하다. 뭔가 맛동산 가루 느낌? 독특하고 맛있었다.

또, 주스는 주로 Lulo(룰로) 주스를 많이 먹었는데, 초록색의 상큼한 주스다. 주스로만 먹어서 어떻게 생긴 과일인지 몰랐는데, 검색을 통해 알았다.-_-

 

출처: 역시 Wikipedia, Solanum quitoense (Lulo)

 

 

그 외에도, 파인애플! 이건 인터콘티넨탈 조식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달고 맛있다.

 

차장님께서는, 인터콘티넨탈에서는 저녁에 수영장 옆 레스토랑에서 하는, 그릴에 익혀 먹는 고기가 맛있다고 하시며 친히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피곤에 지친 우리는 5시쯤 호텔로 퇴근 하자마자 바로 저녁을 먹고 올라가서 쉬려고 했는데, 그릴은 7시부터 된다고 해서... “그럼 방에서 쉬고 7시에 먹을래?” 하셔서, 굳이 방에서 2시간 쉬고 (역시 난 쓰러져 잤다.) 다시 내려와 먹는 노력을 했다. 그런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메뉴였음!

 

 

 

 

가운데 있는 돌을 뜨겁게 달궈서 내 주고, 그 위에 왼쪽의 날 소고기와 닭고기를 올려 익혀 먹는 방식이다. 이것도 메뉴가 여러가지인데, 나는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아무튼 약간 매콤한 소스로 양념을 한... Colombian style 이라는 설명이 붙은 메뉴를 골랐다. 맛있어 +_+ 옆에 곁들여져 있는 건 채소와 바나나 익힌 것. 저 댓잎(?)같이 생긴 것 안에 바나나를 익혀 으깬 것이 싸여 있다. 여기 사람들은 바나나도 익혀서 많이 먹는데, 현지 사원 이야기에 의하면 우리가 아는 바나나와는 다른, 달지 않은 바나나라고 한다. 그런데 익혀 먹어서 그런지 꽤 달았다.

 

 

 

 

Micomia, Santander de Quillchao


출장 마지막 날, 유일하게 가 본 로컬 음식점, Mi Comia. Santander de Quillchao라는 마을에 있다. 출장 기간 내내 식사는 호텔과 회사 식당에서만 했기 때문에... 이 로컬 음식점은 우리를 데리고 다니시던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데려가 주신 곳인데, 정말 로컬 느낌이 물씬 풍기는 멋진 음식점이었다.

 

 

 

 

 

 

 

 

 

 

 

 

 

생선 요리를 주 종목으로 해서인지, 바다를 연상시키는 소품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토속품 느낌이 물씬 나는 조각품들, 독특한 느낌의 그림과 포스터들이 벽을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소박한 느낌의 식탁과 공간, 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식당 전체를 울리는 활기찬 새 소리 등이 참 기분 좋은 곳이었다.

 

 

 


차장님께서 예전에 이 곳에서 엄청 맛있는 생선 요리를 드셨다고 했는데, 메뉴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셔서 아무 생선 요리나 골랐다.; 저 옆에 보이는 것이 바로 jugo de lulo, 룰로 주스. 상큼 상큼, 또 먹고 싶다!
생선 옆에 전(?) 같이 생긴 것이 바로 바나나를 으깨 익힌 거다. 많이 달지 않고, 꽤 맛있다. 오랜만에 먹는 신선한 생선이라 열심히 먹었다. 생선을 워낙 좋아해서! 열심히 먹었더니, 또 차장님께서 “넌 정말 뭐든지 잘 먹는구나...” 하셨다. 맛있는 걸 어떡해요...

 

 

 

 

¡Ciao, Colombia!


 

이 날 점심식사 이후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물론, 깔리에서 보고타, 보고타에서 뉴욕, 뉴욕에서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대장정(?)이 남아 있었지만.


남미를 담당하시는 대리님과 차장님은, 너무 멀다는 내 말에 “뭐 깔리 정도 가지고 그래? 브라질이나 페루 정도는 가봐야 남미 가봤다고 할 수 있지.” 라고 답해 주셨다.
대리님은 다른 일정을 위해 브라질로 가시고, 나와 차장님은 함께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역시 남미 담당 4년 이상의 노하우에 빛나는 차장님께서는 각 공항마다 찍어두신 식사 메뉴도 정해져 있었다.; 보고타 공항에서는 Corral Burger, 뉴욕 JFK 공항에서는 ‘직지’라는 한국인 아저씨가 운영하시는 라면 집.


보고타 공항에서는 식사를 하고 남는 시간에 잠깐 쇼핑을 했는데, 주로 선물로 Oma 커피랑, 커피로 만든 초콜릿 등을 샀다. 커피는 인스턴트가 없고, gourmet 커피 (커피 콩 볶아서 간 것) 밖에 없어서 커피 내려먹을 만한 사람들 것만 샀다. 그리고 게이트 근처에 Juan Valdez가 보여서 갔는데, (옆 팀 대리님이 내가 남미 출장 간다니까 그렇게 사오라고 강조하시던 후안 발데스...) 안타깝게도 역시 인스턴트 커피가 없다. 알고보니 콜롬비아는 인스턴트 커피보다 gourmet 커피가 훨씬 흔하고, 더 저렴하다고 한다. 차장님 말씀으로는 인스턴트 커피를 사려면 공항이 아닌 시내에서 사야 한다고...
커피 향이 정말 좋다.

 

 

 


뉴욕 JFK 공항의 직지(Jik Ji)!

 

 

 

신라면이 주된 메뉴이고, 비싸다. 얼마더라? 아무튼 비쌈. 그리고 김치는 1불 추가. 아저씨는 별로 친절하신 편은 아니지만 나름 매력 있으시다. ㅋㅋㅋ 차장님은 “이런 음식점이 한국에 있다면 절대 안 갔을거야.” 라고 말씀하시면서도, 굳이 우리가 있던 Terminal 4에서 다시 Terminal 1으로 이동해서 꼭 이 라면을 드신다는.

 

라면을 먹고 그 옆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남는 시간에 출장 보고서를 쓴다. JFK 공항에서 8시간을 기다려야 한다..-ㅅ-;; 사실 밖에 나갔다 와도 되는 정도의 시간이긴 한데, 워낙 이른 시각에 도착하는 비행기라... 그리고 오전 9시 즈음엔 다시 공항에 들어와야 하므로, 나가서 뭘 보기도 애매한 시간대여서, 그냥 공항에 남아 일이나 좀 하기로 했다.

 

 

 

 

나는 중간에 합류해 현지에서 일한 일정은 겨우 이틀일 뿐이었지만, 거의 2주간의 출장 기간 동안 full로 일정을 소화하시고, 저녁엔 한국에 남겨두고 온 일까지 처리하시는 차장님을 보며...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이 먼 남미를 어떻게 그렇게 많이 왔다 갔다 하셨을까?

 

비행기 체크인 시간이 되어 체크인을 하고, 남미 출장 전문가이신 차장님 덕에 나도 라운지 입장권을 받았다. 오호. 라운지에서 이것저것 요기를 하고, 차장님 주무실 동안 나는 뉴욕 공항을 돌아다녔다. 14시간의 비행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책도 한 권 샀다. Hyperbole and a Half! 쉽게 읽히고 정말 유쾌한 책이었다. 아직 두 챕터 정도 남았는데, 곧 다 읽어야지 히히.

 

 

 

 

남미 갈 때는 거의 못 잤는데, 돌아오는 길엔 완전 꿀잠을 자면서 왔다. 덕분에 인천에는 금방 도착한 기분? 그리고 시차 적응도 정말 금방 했다. 역시 시차 적응이 잘 되는 방향이 있다는 말이 맞나봐. 유럽 갈 때는 항상 그 반대인데.

 

차장님과는 인천 공항에서 인사를 하고, 나는 서울에 있는 부모님 집에 와서 쉬었다. 부모님 집이 서울에 있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렇게 피곤한데 여수까지 또 언제 가... (저번 출장 때는 일요일에 들어와서, 바로 여수로 내려가야 했음. 짱 피곤.)


부모님이랑 출장 얘기도 하고, 내가 사온 초콜릿도 나눠 먹고, 오랜만에 엄마가 해 준 밥도 먹었다. 취나물과 함께 비빈 건강한 밥! 미국/콜롬비아의 육식 위주 식단, 좁은 비행기 내에서 꾸역꾸역 먹은 기내식 등에 지친 내 소화기관을 위로하는 듯한 맛이었다. 뭐래...;

 

아무튼 이렇게, 나의 세 번째 해외출장은 끝-

출장으로든, 여행으로든, 언젠가 다시 한번 꼭 남미에 가리라!

그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느낌. 스페인의 자유로운 느낌과 닮아 있는 그 무엇. 대학생 때 스페인에서 보낸 한달 남짓한 시간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갑자기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가보고 싶어져 지도를 봤는데, 하, 멀다. 언젠가는 가볼 수 있겠지? 그 날을 기다리며... 갑자기 마누엘 푸익의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읽다 만 소설인데, 부에노스 아이레스 어페어-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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